이라크 철군하면서
대외전략 큰 변화
중동 중시서 벗어나
“미래는 아시아서 결정”
대외전략 큰 변화
중동 중시서 벗어나
“미래는 아시아서 결정”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지난 21일(현지시각) 이라크 완전 철군 확인선언에 따라, 미국의 대외전략 무게중심에 변화가 일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의 이동이다.
취임 이후 첫 아시아 국가 순방에 나선 리언 파네타 국방장관은 24일 일본 도쿄에서 “미군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철군은 국방부로 하여금 더 많은 자원을 아시아로 이동시키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그는 “미국이 지금 ‘전환점’에 있다”며 “10년간의 전쟁 뒤 아시아를 미국의 최대 우선 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도쿄 서쪽에 있는 요코타 공군기지 방문에서 미국의 국방비 감축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에서 어떠한 (미군) 감축도 예상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관리들은 국방비 감축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에서 미군 전력을 보존하겠다는 결정은 미군의 이라크 및 아프간 철수에 따른 미국의 전략적 이익의 ‘전략적 재조정’이라고 지칭했다. 사실 오바마 행정부의 토머스 도닐런 백악관 안보보좌관, 데니스 맥도너 안보부보좌관 등 안보팀들은 아시아·태평양 중시론자들이다. 도닐런 보좌관은 미국이 과잉부하가 걸려 있는 아프간 등 중동에서 벗어나 명성을 재구축해야 하며, 아시아로 관심을 돌려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해야 한다는 신념을 줄곧 밝혀왔다.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시아차관보도 “우리의 미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사태 전개에 전적이고 근본적으로 좌우될 것이다”라고 말해왔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취임 초기 아시아·태평양 지역 중시 정책을 밝혔으나, 중동 수렁에 빠지면서 그 정책을 현실화하진 못했다. 특히 아프간전의 격화에 따른 증파 등은 이를 가로막는 큰 장벽이었다. 그는 2009년 자신의 임기 말에 이라크와 아프간 철군을 완료하겠다고 약속했고, 공화당 등 정치권의 반발에도 이번에 이를 재확인했다. 재정적자 감축에 따른 국방비 축소와 더 이상 중동 수렁에 발목이 잡혀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중국의 부상 등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포린폴리시> 11월호에 ‘미국의 태평양 세기’라는 기고를 통해 “이라크 전쟁이 진정되고 아프간에서 미군 철수가 시작됨에 따라 미국은 갈림길에 서 있다”며 “정치의 미래는 아프간이나 이라크가 아니라 아시아에서 결정될 것이며, 미국은 그 조처의 중심에 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뉴욕 연설에서도 미국의 경제 문제 대처를 위한 외교력 사용과 관련해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 이후 세계의 전략적·경제적 무게중심은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우리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클린턴 장관은 그 초점은 중국과 양국 사이의 복잡한 경제관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라크 철군을 계기로 본격화될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태평양 중시 정책의 첫걸음은 우선 이 지역의 미군 전력 보존, 더 나아가 전력 강화도 배제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파네타 장관이 일본과 한국 주둔 미군전력 삭감은 없다고 못박은 데 이어, 미 국방부 관리들은 아프간에서의 단계적 철군이 동남아시아와 인도양을 포함한 아시아에서의 병력 증강 등 미군 전개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한다고 미 <월스트리트 저널>이 전했다. 이는 중국과의 긴장을 동반할 수밖에 없는 움직임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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