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 흐린다 vs 풍자’ 이견
“술집을 점령하라”, “교실을 점령하라”, “환경을 점령하라”….
대형 금융회사들의 탐욕과 경제적 불평등에 항의해 미국 뉴욕에서 시작된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가 전 세계 도시들로 확산된 가운데, 미국에선 “점령하라(occupy)”는 표현을 차용한 기발한 구호들이 쏟아지고 있다. 특정 도시에 대한 점령시위와는 전혀 상관없는 광고나 신문 칼럼, 대학 세미나에서까지 “점령하라”는 표현이 유행하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27일 전했다.
블록 장난감 레고를 이용한 “레고랜드를 점령하라”거나 어린이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빗댄 “세서미 스트리트를 점령하라”는 이미 페이스북과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어린이의 조기교육 확대를 지지하는 칼럼에 “교실을 점령하라”는 제목을 달았고, 미국 명문 코넬대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주제로 한 세미나의 제목을 “환경을 점령하라”로 정했다.
‘월가 점령 시위’ 운동가들 사이에선 “…를 점령하라”는 패러디 구호가 자신들의 심각한 메시지를 흐리게 할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풍자일 뿐이라는 옹호론도 나온다. 뉴올리언스 출신의 자크 체니(24)는 “‘술집을 점령하라’는 운동은 재미있다. 이 정도의 유머는 별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롱아일랜드의 한 남성이 “월가를 점령하라”는 문구를 티셔츠와 핸드백 등의 로고로 쓰기 위해 상표등록을 출원하자, 시위자들은 “경제적 불의에 항의하는 운동을 돈벌이에 이용한다”며 분개하기도 했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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