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야구선수 고향 방문 중 납치됐다 구출
차베스 집권 뒤 몸값 노린 납치 폭증…한해 수천건
차베스 집권 뒤 몸값 노린 납치 폭증…한해 수천건
미국 프로야구(메이저리그) 워싱턴 내셔널스의 포수 윌슨 라모스가 고향인 베네수엘라를 방문했다가 지난 10일 납치됐던 사건으로 베네수엘라의 납치 문제가 다시 한번 국제 사회의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라모스는 이틀 뒤 경찰의 대대적인 구출작전 끝에 무사히 풀려났지만, 1년에 수천명이 넘는 납치 피해자들은 경찰의 외면 속에 거액의 몸값을 지불하고 풀려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워싱턴포스트>는 16일 베네수엘라의 납치 문제가 점차 심각해지고, 이는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내년 4선 도전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베네수엘라에서 올해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납치 사건이 1050건이며, 이는 1999년 차베스가 처음 집권한 해보다 23배나 많은 수치라고 전했다. 그나마 공식 집계는 실제로 벌어지는 건수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이 현지 비정부기구들의 얘기다. <에이피>(AP) 통신은 2009년에만 납치 사건이 1만6917번이나 있었다는 또다른 통계도 제시했다.
라모스는 당시 자신의 집 앞에서 갑자기 차량을 타고 달려든 괴한에 납치됐다가 차베스가 직접 지휘한 경찰의 대규모 구출작전으로 총격전 끝에 부상없이 풀려났지만, 보통 시민들이 이런 행운을 기대하긴 힘들다. 대다수는 납치범에게 수천달러에서 수만달러의 몸값을 내고 풀려난다.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살해당하는 사람의 숫자도 상당하다. 2005년부터 현재까지 납치돼 사망한 사람의 숫자는 100명을 넘어섰다.
문제는 납치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때 납치 문제로 가장 악명높았던 콜롬비아를 발생 건수에서 훌쩍 넘어선 지 오래다. 콜롬비아에서 지난해 발생한 납치 사건은 282건이었다. 다른 강력범죄의 추이도 비슷해, 현재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의 살인사건 발생률은 10만명당 200명으로, 이라크보다 높다. 미국 국무성의 집계에 따르면 카르카스는 매시간당 1명이 살해되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수도다. 이 도시에서 부자들은 고압전류가 흐르는 높은 담이나 건장한 경호원들에 둘러싸여 지내고, 가난한 사람들은 해가 지기 전에 서둘러 집으로 돌아간다.
이렇게 치안이 악화되는 상황이 차베스에겐 곤혹스럽다. 베네수엘라 정치전문가인 루이스 비센테 레온은 “여론조사에서 국민 71%가 치안 상황이 갈수록 나빠진다고 응답했다”며 “내년 대선에서 차베스에게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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