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전사자 4500명 출신지 분석
5만이하 소도시·시골 출신 ‘절반’
“위험한 보병대에 시골출신 많아”
5만이하 소도시·시골 출신 ‘절반’
“위험한 보병대에 시골출신 많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소도시 코노버에서 고교 때 미식축구 영웅 대접을 받은 베니 그레이 코커럼(당시 21살)은 해병대에 자원했다가 2005년 10월 이라크에서 도로 매설 폭탄에 목숨을 잃었다. 같은 지역 출신인 제이슨 제이 허프먼(당시 23살)도 육군 상병으로 복무하던 이듬해 12월 역시 이라크에서 도로 매설 폭탄에 당했다. 인구가 8165명에 불과한 작은 도시에서 이라크전 전사자가 2명 나온 것이다.
이라크전 미군 전사자 4500여명의 출신지를 분석한 결과, 절반가량이 인구 5만명 이하의 소도시나 시골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블룸버그 뉴스>가 29일 보도했다. 그 중 4분의 1 정도는 인구가 1만명도 안되는 지역 출신이었다. 미국의 전쟁에서 시골 출신이나 소수인종이 ‘총알받이’로 동원된다는 지적은 계속 있었으나 이라크전 사망자들 출신지가 분류돼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사상자가 많이 발생하는 보병 부대에 시골 출신들이 많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뉴스>는 실업률 상승 등 경제적 어려움이 시골 출신들의 군 자원입대를 부추긴다고 분석했다. 코노버가 속한 카토바 카운티에서는 2003년 3월 이라크전 개전 이후 제조업 일자리 수가 2만6000여개나 줄었다. 기존 일자리의 42%에 해당하는 수치다. 주요 산업인 가구 제조업에서는 일자리가 49%나 사라졌다.
대도시에 견줘 애국주의 성향이 강하고 군 복무 경험자가 많은 것도 시골 출신들을 군대로 끌어들이는 요인이란 분석도 나온다. 해병대 복무 중 전사한 코커럼은 아버지도 해병대 출신이다. 코노버 주민 애덤 캠벨은 “(이라크전 개전) 당시에는 ‘우리가 가면 90일이면 끝낼 수 있다’는 허황된 사고가 팽배했었다”고 말했다. 코커럼이 졸업한 고교에서는 그를 기념하는 미식축구 대회가 열렸고, 허프먼이 다닌 고교에서는 사망한 졸업생들을 기리는 벽에 그의 이름을 새겨넣을 계획이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