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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주민 반상회처럼…투표도 개표도 쿨한 사람들

등록 2012-01-04 20:43

아이오와 코커스 가보니
개표 참관해도 저지 안해
‘현장 가입’ 투표권 얻기도
3일 저녁, 어둠이 깔린 미국 아이오와주 디모인 외곽 라이트 초등학교 강당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아이오와주 제98 프리싱크트(최소 선거구)에 속한 공화당의 코커스(당원대회) 현장이다. 당원대회라곤 하지만, 동네 주민 반상회에 더 가까워 보인다. 6개 탁자에 60여명의 당원들이 앉았는데, 부모를 따라와 옆에서 숙제를 하는 아이들도 있다. 50~60대 장년층이 대부분이지만, 20대 청년들도 간간이 섞여있다. 입구에 들어서서 당원 여부를 확인한 뒤 자리에 앉지만, 당원이 아니어도 즉석에서 당에 가입하면 투표권을 얻을 수 있다. 서로 잘 아는 주민들은 두런두런 얘기를 주고받았다.

저녁 7시가 되자, 제98 프리싱크트 코커스의 휴이스 올슨 임시의장이 투표 개시를 선언했다. 이어 후보 이름을 부르면, 그를 지지하는 사람이 앞으로 나와 지지 이유를 설명하고 ‘한 표’를 부탁했다. 첫 호명된 미셸 바크먼(미네소타) 하원의원 지지 연설자는 없었다. 뉴트 깅그리치 하원의장 지지자는 미리 써온 연설문을 천천히 읽어내려갔다. 릭 페리 텍사스주 주지사 지지자가 너무 장황하게 얘기하자, 의장은 “5분을 넘지 말아달라”며 주의를 주기도 했다.

후보별 지지 연설이 끝나자, 7시30분께 곧바로 투표가 시작됐다. 당원들에게 공화당 코끼리 마크가 찍힌 파란색 용지가 한 장씩 주어졌다. 여기에 후보 이름을 직접 적어넣는다. 코커스 참석이 두번째라는 페이스 그리핑(21·학생)은 용지를 앞에 놓고 한동안 고민을 거듭하다 ‘릭 페리’라고 적었다. 지지 이유를 묻자, “여기 올 때까지 누구를 지지할지 몰랐는데, 지지 연설을 듣고 마음을 정했다”며 “페리가 일자리 창출을 잘할 것 같다”고 말했다.

투표가 끝나자, 진행요원이 종이로 만들어진 구두 박스에 투표용지를 걷었다. 이어 강당 옆 복도에서 지지 연설자와 진행요원이 책상에 앉아 개표했다. 학급 반장 투표와 다른 게 전혀 없다. 따라들어간 기자가 바로 뒤에서 개표를 지켜봤지만, 별다른 제지도 없었다. 어떤 투표용지는 ‘페리’ 등 성 없이 이름만 쓰여있고 철자가 틀린 것도 있었지만,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없었다. 전체 63표 가운데 론 폴이 20표로 1위를 차지했고, 뉴트 깅그리치 12표, 릭 샌토럼 10표, 밋 롬니 9표, 릭 페리 8표, 미셸 바크먼 3표 차례였고, 빈 종이(1표)를 낸 이도 있었다.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론 폴(텍사스) 하원의원 지지자 몇 명이 환호했다. 지난 대선에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하는 등 평생 민주당원으로 지내다, 석달 전 공화당원으로 등록해 폴 의원을 지지하고 있다는 린다 클리어워터(56·공장 노동자)는 “오바마에 대한 실망 때문에 공화당으로 옮겼다”며 “(공화당 주자들 중) 폴이 가장 정직한 사람이어서 그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위해 지지연설을 한 톰 위버(65·엔지니어)는 “결과가 다소 실망스럽지만, 롬니가 아이오와 1위, 공화당 대선 후보, 그리고 차기 대통령이 될 걸로 믿는다”며 스스로를 위안했다. 공화당 후보들을 지켜보다 한 달전부터 롬니를 지지하기 시작했다는 그는 며칠 전 롬니의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코커스 지지 연설을 하고 싶다”고 신청해 받아들여졌다. 이날 아이오와주 제98 프리싱크트 코커스는 개표까지 45분만에 끝났다. 디모인(아이오와주)/권태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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