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군사전략’ 내용은
미국 정부가 5일(현지시각) 앞으로 10년간의 군사전략 청사진을 담은 새 ‘국방 전략 검토’를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중시하고 ‘2개의 전쟁 동시 수행’ 독트린을 포기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특히, ‘아시아로의 귀환’을 선언한 바 있는 미국은 중국의 도전을 꺾기 위한 군사적 태세를 갖추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미국 국방부는 이날 2020년까지 전략적으로 집중할 지역으로 아시아·태평양과 중동을 명시했다. 유럽과도 동맹관계를 유지·발전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안보를 제공받기보다는 안보를 제공하는” 국가들이 대부분인 유럽의 전략적 우선순위는 뒤로 밀렸다.
전략 검토 발표문은 아시아·태평양을 먼저 언급하면서 “미국의 경제·안보적 이해는 서태평양과 동아시아에서 인도양과 남아시아로 이어지는 선상에서 발생하는 상황들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지역에서의 △기존 동맹들과의 관계 강화 △인도와의 장기적 동반자관계 확립 등 신흥국들과의 네트워크 강화 △핵무기를 개발하는 북한의 도발 억제를 통한 한반도 평화 유지를 핵심 목표로 꼽았다. 특히, 군사력이 급성장한 중국과 주변국들 사이에 “재균형”이 필요하기 때문에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입장이 명시적으로 담겨 있다. ‘미군의 주요 임무’라는 장에서는 전자전이나 사이버전쟁, 미사일로 미군의 접근과 자유로운 작전을 막을 수 있는 적성국가 후보로 중국과 이란을 곧장 언급했다. 적성국의 ‘반접근’(anti-access) 전략에 대비해 잠수함, 스텔스 폭격기, 미사일방어 체제, 우주 전력을 결합한 ‘합동작전 접근 개념’을 발전시킬 필요성이 있다는점도 강조했다.
‘반접근’ 전략은 통상 중국이 대만 주변과 남중국해에서 미군의 접근을 막으면서 군사적 목표를 달성한다는 개념을 가리킨다. 미군이 가다듬고 있는 ‘합동작전 접근 개념’은 공중과 해상 전력을 중심으로 이 방어선을 뚫는다는 작전계획이다. 결국 이번 지침은 중국의 대만 점령 시도 등으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경우에 대비한 전력과 계획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국방부 기자회견에 이례적으로 참석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투자를 계속할 분야로 “반접근 환경에서의 작전”을 언급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입지를 강화할 것이며, 예산 삭감은 이 핵심 지역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 국방부는 한 곳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동시에 다른 지역의 전쟁을 억제한다는 ‘원 플러스’ 독트린을 공식화하면서 지난 20년간 유지해 온 ‘2개 전쟁 동시 승리’ 독트린을 폐기했다. 미국 국방부는 “한 지역에서 큰 작전을 벌이는 중이더라도 다른 지역에서 공격 기회를 엿보는 침략국을 단념시키거나 그 국가에 감내하기 힘든 비용을 안겨야 한다”고 밝혔다. 또 10년간 적어도 4890억달러(약 568조원)의 국방비 삭감이 예상되는 가운데에서도 정보, 정찰, 반테러, 첨단무기 등의 분야에는 투자를 유지해 “유연하고 기민한” 군대로 미군을 변모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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