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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칠레판 ‘역사교과서 논쟁’ 정부 ‘독재미화’ 포기 선언

등록 2012-01-08 20:48

‘군사독재→군사정권’ 수정 추진
여당 의원마저 반발에 없던 일로
피노체트 독재시기를 두둔하려던 칠레판 역사교과서 용어 논쟁이 결국 정부의 항복으로 마무리됐다.

<에이피>(AP) 통신 등은 6일 칠레 정부가 1973년~1990년 악명높은 독재정권 시기를 ‘군사독재’에서 ‘군사정권’으로 바꾸기로 한 결정을 철회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내용의 역사교과서 집필 지침은 지난해 12월 마련됐지만 그동안 알려져 있지 않다가 지난주 온라인 신문 <엘디나모>가 보도하면서 국내외의 격렬한 반발을 불렀다.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바꾸고 ‘5·18 민주화 운동’ 등을 삭제하기로 해 파행을 겪었던 우리나라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논란과 닮은 꼴이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의 17년 재임기간은 3225명의 반체제 인사가 살해당하거나 실종되고, 3만7000명이 고문을 당하거나 불법적으로 구금됐던 칠레 현대사의 ‘악몽’이었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이 독재정권 이후 지난해 처음 탄생한 우파 정부인 세바스티안 피녜라 정부가 독재정권에 대한 역사적 면죄부를 주려고 한다고 비판해왔다.

칠레 교육부 장관 아랄드 베예르는 논란이 인 뒤에 “전세계 학교에서 공통적으로 쓰이는 용어로 바꾸려고 했던 것 뿐”이라며 “이는 결코 독재정권을 미화하려는 정치적 결정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커져만 갔다. 칠레 사회당수 오스발도 안드라데는 “어떤 사람들은 고양이의 귀와 몸을 갖고 있는 동물을 개로 부르고 싶어한다”며 비꼬았다. 역사 교사들은 교육부 앞에서 반대 집회를 열었다. 집권당인 국민혁신당(RN) 소속 의원인 카를라 루빌라르마저 “독재는 독재일뿐 다른 어떤 용어로 부를 수 없다”며 반대 의견을 밝혔다고 미국 <크리스찬 사이언스 모니터>는 전했다.

결국 정부는 지침을 다시 만들어 배부하기로 결정하며 항복 선언을 했다. 현지 언론은 교육개혁을 요구하는 학생시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비난을 받고 있는 피녜라 대통령이 군사독재를 두둔한다는 인상까지 주는 바람에 정치적 위기를 자초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말 피녜라 대통령의 지지율은 23%로, 1990년 민주주의가 회복된 이래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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