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야후 이사직서 사퇴
시장은 환영…주가 상승
시장은 환영…주가 상승
포털사이트 ‘야후’의 설립자인 제리양(44)이 이사회를 탈퇴하며 완전히 결별했다. ‘원조 인터넷 황제’의 쓸쓸한 퇴장이다.
<블룸버그> 등은 17일 제리양이 야후 이사직과 알리바바그룹(중국 야후) 이사, 야후재팬 이사 등 야후와 관련된 모든 직을 내놓았다고 보도했다. 전 페이팔 임원이었던 스콧 톰슨이 야후의 새 최고경영자(CEO)로 온 지 2주 뒤에 나온 파격적인 결정이다. 제리양은 야후 이사회에 보낸 서한에서 “야후에서 보낸 시간은 내 평생 가장 흥분되고 즐거운 시기였다”면서도 “이제 야후 바깥에서 새로운 목표를 추구하려 한다”고 밝혔다.
대만 출신 이민자인 그는 스탠포드대 박사과정을 다니던 도중 데이비드 필로와 함께 세계 최초의 검색엔진 중 하나인 ‘야후’를 개발하고 27살 때인 1995년에 포털사이트인 ‘야후!’를 공동 설립한 ‘정보통신업계의 기린아’였다. 그는 이후 계속 야후의 이사로 활약하며 야후를 한국, 일본, 캐나다, 싱가포르 등에 지사를 가진 초거대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정보통신 붐을 타고 한창 잘 나가던 시기였던 2000년 야후의 시가총액은 1000억달러에 이르렀다.
그는 구글 등에 밀려 야후가 위기상태였던 2007년부터 최고경영자를 역임하기도 했으나, 2008년 마이크로소프트와 진행하던 475억달러 규모의 피인수협상을 결렬시킨 뒤 투자자들의 비난에 휩싸여 2009년 1월 물러났다. 지난해에는 야후의 3대주주인 헤지펀드 써드포인트로부터 “자신의 영향력 유지에 연연하며 매각작업에 지장을 주고 있다”며 야후를 완전히 떠나라는 압력을 받기도 했다. 현재 야후의 시장가치는 200억달러 정도로 추산되며, 제리양은 3.6% 정도의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후 이사회의장 로이 보스톡은 “언제나 그의 통찰력과 비전, 현명한 조언을 그리워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시장은 환영 일색이다. 야후 주가는 제리양의 퇴진소식이 전해진 뒤 장외거래에서 3.4% 올랐다.
투자회사 가벨로앤코의 분석가 브레트 해리스는 “(제리양 퇴진은) 분명히 긍정적인 소식”이라며 “이제 야후가 전략적으로 좀 더 객관적이며 덜 감정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영국 <비비시>(BBC)에 말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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