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테러 용의자에 대한 고문 사실을 폭로한 전 중앙정보국(CIA) 요원을 23일 기밀 유출 혐의로 기소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연방수사국(FBI)은 전 중앙정보국 요원 존 키리아쿠(47)가 2007~2009년 <뉴욕 타임스>와 <타임> 등의 기자들에게 테러 용의자 고문에 가담한 인물 등 중앙정보국 비밀요원 2명의 이름을 알려줘 간첩법 등을 위반한 혐의가 발견됐다며 그를 기소했다. 키리아쿠는 보석금 25만달러(2억8400만원)를 내고 일단 풀려났지만 그에게 적용된 4가지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최장 징역 30년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2002년 알카에다 간부 아부 주바이다에 대한 체포와 심문을 맡은 중앙정보국 팀을 이끈 키리아쿠는 물고문과 질식시키기 등의 고문이 테러 용의자들에게 가해지고 있다고 폭로한 인물이다. 그는 2007년에 <에이비시>(ABC) 방송 인터뷰에서 이를 인정해 ‘고문을 인정한 첫 미국 관리’가 됐다. 또 9·11 테러의 기획자로 알려진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에게도 고문이 가해졌다고 폭로했다. 연방수사국은 관타나모수용소 수감자들에게 고문이 가해졌다는 보도가 나온 뒤 수감자들의 변호인들과 중앙정보국 요원들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를 벌여왔다.
키리아쿠는 2010년에는 자신의 경험을 담은 책을 내는 과정에서 중앙정보국과 마찰을 빚었다. 키리아쿠에게는 책 출간을 중앙정보국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거짓 진술을 한 혐의도 적용됐다. 이번 조처는 중앙정보국에 대항하는 인물에 대한 본보기용 처벌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중앙정보국 국장은 키리아쿠의 기소에 맞춰 “승인을 받지 않고 우리 요원의 이름 등을 공개하는 것은 공공의 신뢰와 우리 조국, 우리 동료들을 배신하는 것”이라며 중앙정보국의 전·현직 요원들을 향해 경고성 메시지를 내놨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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