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수사당국, 수감중인 사기꾼 이용해 ‘불법 약품광고’ 미끼 놔
사기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은 사기꾼 예술가 데이비드 휘태커(37)는 지난 2009년 3월 수감중이던 미국 연방교도소에서 이메일과 전화를 통해 구글 직원과 접촉했다. 옆에선 연방수사관이 지켜보고 있었다. 휘태커는 자신이 캐나다의 온라인 약품상이라며 미국 내 고객들에게 팔 약품 광고를 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미국에서는 외국에서 처방된 조제약을 미국 고객들에게 파는 것은 금지돼 있으나, 구글은 20만달러를 받고 이 광고 제안을 수락했다. 미 수사당국이 휘태커를 내세운 함정수사에 구글이 걸려든 것이다. 구글을 통해 광고된 휘태커의 약품 판매 사이트에는 주문이 밀려들었고, 수사 당국은 4개월 만에 함정수사를 종결하고 구글에 통보했다.
이 사건의 책임을 놓고 당국과 씨름하던 구글은 결국 지난해 8월 불법 온라인 약품 판매에 대한 기소를 피하는 조건으로 모두 5억달러의 벌금을 내는 데 합의해야만 했다. 미국 기업 역사상 최대의 벌금액을 낸 이 사건의 내막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가, <월스트리트저널>이 25일 휘태커의 인터뷰 등을 통해 당국의 함정수사를 파헤쳤다.
휘태커가 이 함정수사에 기용된 것은 그의 화려한 전력 때문이다. 그는 애플 아이팟 등 전자제품을 시장가격 이하로 허위 주문을 받아, 수백만달러를 사취한 뒤 전세 제트기로 돌아다니며 체포를 피해왔다. 2006년 멕시코로 건너가 구글 광고를 통해 불법 약품을 파는 인터넷 약품상을 운영한 전력도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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