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피하는 ‘사실상 캠프’…기부 한도도 없어
공화당 경선서 벌써 ‘금력’ 과시…공정선거 우려
공화당 경선서 벌써 ‘금력’ 과시…공정선거 우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0년 1월27일 새해 국정연설에서 연방대법원이 특정 이익집단들에게 “수문을 열어놓는” 결정을 내렸다고 비난했다. 기업과 노조의 선거 광고를 금지한 법률이 엿새 전 위헌 판결을 받는 바람에 기업의 금력이 선거를 좌우하게 됐다는 주장이었다.
2년이 흐른 지금, 오바마 대통령의 예언이 어느 정도 맞아들어가고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미국 연방선거관리위원회가 1일 발표한 정치행동위원회 모금 실적에서 공화당 쪽이 크게 앞섰다고 보도했다. 정치행동위원회는 선거 캠프와는 별도로 외곽에서 선거운동을 돕는 조직으로, 2010년 연방대법원 판결 이후 크게 활성화됐다. 후보 쪽과 직접 접촉하지 않는 한 규제를 받지 않는, 사실상 선거 캠프의 일부이면서도 선거법 적용은 피해가는 기구다.
지난해 말까지 가장 많은 돈을 모은 정치행동위원회는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참모였던 칼 로브가 만든 ‘미국의 교차로’로 5100만달러(약 570억원)를 신고했다. 이 위원회는 대선 전까지 2억달러 모금을 목표로 한다. 같은 기간에 공화당의 가장 유력한 대선 주자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지지하는 ‘우리의 미래 회복’은 3000만달러를 모았다. 롬니와 2파전을 벌이는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 쪽 정치행동위원회 ‘우리의 미래 승리’는 최근 ‘카지노 황제’ 셸던 아델슨한테서 1000만달러를 받았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의 측근인 빌 버튼 전 백악관 부대변인이 만든 정치행동위원회는 440만달러에 그쳤다. 같은 기간에 오바마 대통령 캠프가 1억2500만달러, 롬니 캠프가 5600만달러를 직접 모금한 것과 대비된다.
정치인별 정치행동위원회의 자금력 불균형은 연방대법원 판결 뒤 덩치가 커진 ‘슈퍼 정치행동위원회’가 등장하면서 예고된 일이다. 선거법의 기부 한도 제한을 받지 않는 정치행동위원회를 통해 특정 후보를 도울 수 있게 되자 기업이나 부호의 큰 돈이 몰리는데, 이는 친기업적인 공화당 쪽에 유리하다. 롬니를 돕는 정치행동위원회에 선거자금 1인 기부한도인 2500달러의 400배에 달하는 100만달러 이상을 낸 사례가 10건이나 된다. 대부분 헤지펀드 운영자와 그가 경영했던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의 동료들, 그들과 관련된 기업들이다. 롬니의 편을 드는 정치행동위원회는 1일 진행된 플로리다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 열흘 전부터 1000만달러를 비난 광고에 쏟아부어 깅그리치의 돌풍을 잠재우는 데 기여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정치행동위원회의 성장이 본선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을 위협할 것이라고 2일 내다봤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대선 때 7억5000만달러를 모아 경쟁 후보인 공화당의 존 매케인(3억6000만달러)을 두 배 이상 앞섰지만 이번에는 정치행동위원회 때문에 전체 선거자금이 공화당 후보와 비슷해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 신문은 정치행동위원회들의 활약으로 이번 대선에 드는 돈은 사상 최대인 20억~3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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