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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잇단 폭동…중남미 교도소 어떻길래

등록 2012-02-16 20:05수정 2012-02-16 21:19

온두라스 사태로 본 실태
낡은 시설·통제 실패 탓 주변국도 유사사건 잇따라
10년간 대형참사만 5차례…‘폭동→화재’ 유형 반복
중미 온두라스의 교도소 화재사건 사망자 수가 16일 현재 358명으로 집계돼, 역대 최악의 교도소 참사로 기록된 1930년 미국 오하이오주 컬럼버스 교도소 화재(322명 사망)를 능가했다. 포르피리오 로보 온두라스 대통령은 사건 원인을 “광범위하고 투명하게”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단발적 원인보다는 ‘감옥이라는 이름의 지옥’이 된 중남미 교정시설들의 구조적 문제를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4일 코마야과 교도소 화재는 원인이 확실히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불만을 품은 재소자가 불을 냈다는 증언이 나왔다. <에이피>(AP) 통신은 한 재소자가 “여기서 다 죽자”고 외치며 침구에 불을 붙였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전했다. 일부 현지 언론은 화재 전 폭동이 일어났다고도 보도했다.

화재를 직접 촉발한 게 무엇이든, 코마야과 교도소의 과밀한 환경과 허술한 대처가 사고를 키웠다는 데는 이론이 제기되지 않는다. 1940년대에 지은 이 낡은 교도소는 정원이 400명이지만 856명이 수감돼 있었다. 소방관들은 교도관들이 총을 쏘는 바람에 30분 동안 현장에 접근하지 못했고, 감방 열쇠를 지닌 교도관도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온두라스 교도소의 대형 참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3년 4월에는 라세이바에 있는 교도소에서 폭동과 함께 화재가 발생해 86명이 숨졌다. 희생자들 중 다수는 군과 경찰, 교도관들의 진압 과정에서 살해당했다. 이듬해 5월에는 산페드로술라 교도소에서 전기 합선으로 불이 나 104명이 목숨을 잃었다. 살인사건 발생률이 인구 10만명당 82.1건으로 세계 평균(6.9건)의 10배가 넘는 온두라스의 과밀한 교도소 환경과 열악한 처우는 교도소를 교정시설이라기보다 또다른 범죄 공간으로 만든다는 평가도 듣고 있다.

사형수가 아닐지라도 ‘목숨 걸고’ 수형생활을 해야 하기는 다른 중남미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베네수엘라의 사바네타 교도소에서는 1994년 1월 재소자가 낸 불로 108명이 숨졌다. 베네수엘라 교도소들에서는 지난해 11월 범죄조직 구성원들간 충돌로 8명이 숨지는 등 폭동으로 사망사건이 심심찮게 발생한다. 도미니카공화국에서는 2002년 11월 한 교도소에서 폭동과 화재로 30명이 숨졌고, 2005년 3월에는 다른 수감시설에서 교도소 내 마약과 담배 판매권을 둘러싸고 패싸움이 벌어지고 화재가 발생해 138명이 목숨을 잃었다. 2010년 12월에는 칠레 산티아고에 있는 교도소에서 역시 폭동이 화재로 이어져 81명이 숨졌다.

이처럼 중남미 교도소들의 거듭되는 참사에는 창궐하는 강력범죄, 비인간적 교도소 환경, 교도소에서도 판을 치는 범죄조직과 그들에 대한 통제 실패 등 구조적 배경이 자리하고 있다.

폭동 과정에서 침구류에 불이 붙어 대형 참사로 발전하는 ‘공식’도 비슷하다. 미국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호세 미겔 비방코 미주 담당 사무국장은 이번 온두라스 참사도 “감옥의 열악한 상태”에 원인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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