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요구에 굴복…원칙 훼손”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중국의 차기 최고지도자 시진핑의 인터뷰 기사를 싣기 위해 자신들이 중국 쪽에 지나치게 끌려다니는 등 원칙을 저버렸다며 ‘반성문’을 실었다.
<워싱턴포스트>의 옴부즈맨 패트릭 펙스턴은 지난 25일 칼럼에서 시 부주석의 미국 방문 첫날인 지난 13일 반면에 걸쳐 인터뷰 기사를 내보냈다가 이튿날 ‘정식 인터뷰는 아니었다’는 취지의 정정문을 내보내게 된 경위를 전하며 자사의 행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옴부즈맨 칼럼 제목부터가 “중국의 요구에 굴복하다”이다.
펙스턴이 밝힌 경위는 이렇다. <워싱턴포스트>는 대면 인터뷰 대신 서면인터뷰를 하자는 중국 정부의 요구에 따라 질문지를 보냈다. 중국 쪽은 전달된 질문들이 적절치 않다고 밝히면서 질문을 수정하거나 첨삭하면서 하고 싶은 말만을 적어 보냈다. 이 부분은 <워싱턴포스트>가 정정기사를 통해 “시 부주석의 발언들은 우리가 제출한 질문들에 대한 직접적 대답이 아니었다”며 일부 밝힌 대목이기도 하다.
펙스턴은 “양국의 협력 강화” 등 외교적이고 추상적인 내용으로 일관한 기사는 내용 또한 형편없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기사라기보다는 보도자료나 선전문 같았다”며 하품이 나오는 수준이었다고 혹평했다.
그런데도 기사가 실린 것은 단독 인터뷰라는 유혹을 이기지 못한 결과라고 펙스턴은 진단했다. 지난해 1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에는 <워싱턴포스트>와 <월스트리트저널>이 서면인터뷰를 실었지만 이번에는 <워싱턴포스트>만이 기회를 잡았다. 펙스턴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향후 수년간 미국에게는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인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게 마커스 브라우클리 편집인이 밝힌 이유라고 전했다.
펙스턴은 “중국은 ‘고맙지만, 당신네 질문은 마음에 안드니 우리가 만든 질문과 답변을 쓰라. 하고 싶으면 하고 말고 싶으면 말라’고 한 것”이라며, <워싱턴포스트>는 문제의 기사를 싣지 말아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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