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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비정한 살인마 된 모범군인, 이유 알아보니…

등록 2012-03-18 20:34수정 2012-03-18 23:18

아프간 민간인 학살자 베일즈
주식중개인서 9·11 직후 입대
모범적 복무로 수차례 상받아
이라크·아프간 4번 37달 파견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에 희생?
미국 플로리다주의 한 투자회사에서 주식 중개인으로 일하던 로버트 베일즈(38)는 2001년 9·11테러 직후 사표를 던졌다. 미국 사회를 휩쓴 애국주의 물결에 동참한 베일즈는 두달 뒤 입대해 이라크에 세차례, 아프가니스탄에 한차례 파병된다. 모범적 복무 태도로 육군공훈훈장 6차례, 선행훈장을 3차례나 받았다. 그는 미군에게 직접 총을 겨누지 않는 비전투원은 잘 대우하라고 후배 병사들을 가르쳤다고 한다.

지난 16일 미국 캔자스주 레번워스 기지로 이송된 아프간 총기난사범의 이력을 추적한 미국 언론들이 전한 내용이다. 그로부터 닷새 전 아프간 칸다하르에서 아이 4명을 포함한 민간인 16명을 살해한 총기난사범의 ‘정체’에 미국 사회는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그는 모범적 군인이었고, 아내와 두 아이가 있는 평범한 미국인이었다.

베일즈의 고향 친구 마이클 블레빈즈는 “9·11 직후 베일즈는 계속 돈 버는 일을 할 수는 없었다”며, 그처럼 훌륭한 친구가 아들·딸과 비슷한 나이의 아이들까지 비정하게 살해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렵다고 <워싱턴 포스트>에 말했다. 이라크에서 베일즈와 함께 복무한 크리스 알렉산더 대위도 “어떤 병사들은 아주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베일즈는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며 “나보다 훨씬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베일즈의 친구들은 그가 2006년에 발을 다친 뒤에도 치료가 끝나면 곧 이라크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헌신적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2007년 워싱턴주 지역 신문 인터뷰에서는 “나쁜 사람들과 비전투원”을 잘 구분하는 자신의 부대가 자랑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랬던 베일즈가 왜 술을 마시고 참혹한 범죄를 저질렀는지에 대해 아직 그 자신은 분명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그는 2002년에 폭력사건으로 감정조절 교육 수강 명령을 받은 적 있고, 2005년에 음주운전, 2008년에 뺑소니 사고로 체포되기도 했다. 하지만 무차별적 살육극의 징후는 없었다.

미국 언론들은 네차례에 걸친 37개월간의 전쟁터 생활이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으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짐작을 내놓고 있다. 베일즈를 변호하는 존 헨리 브라운은 베일즈와 그의 아내는 거듭되는 파병에 실망했으며, 그가 지난해 12월 다시 아프간으로 보내진다는 소식에 놀랐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또 사건 전날 동료가 지뢰에 한쪽 다리를 잃는 것을 베일즈가 목격했다고 말했다. 베일즈의 가족은 경제적 어려움도 겪고 있었다. 그의 부인은 사건 3일 전 워싱턴주의 집을 부동산시장에 내놨는데 주택 가액이 담보대출액보다 5만달러(약 5600만원) 적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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