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PGA투어 흑인 캐디 2명뿐
전문직 인정받으며 백인 몰려
전문직 인정받으며 백인 몰려
한 백인이 시원하게 타구를 날린 뒤 여유롭게 걸어가고, 그 뒤에 무거운 골프백을 맨 흑인 캐디가 뒤따른다. 오랫동안 골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하지만 이제 이런 ‘골프의 슬픈 역사’는 옛이야기가 되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5일 미국 조지아주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에서 열리는 마스터스 대회를 앞두고, 이 골프장의 상징이었던 흑인 캐디가 사라져가고 있다고 3일 보도했다. 오거스타 골프장의 설립자 중의 한명이자 마스터스대회 회장이었던 클리포드 로버츠가 1933년 “내가 살아있는 한 모든 골퍼는 백인이고 모든 캐디는 흑인이어야 한다”라고 말한 뒤 오거스타 골프장의 캐디는 흑인만이 할 수 있었다. 그가 1977년 사망한 뒤 이런 제약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흑인 캐디는 오거스타 골프장과 마스터스대회의 대명사처럼 통했다. 1997년 타이거 우즈가 백인 캐디를 대동하고 마스터스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이런 인종차별이 깨지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동시에 흑인 캐디의 숫자도 점점 줄어들어 올해 미국 남자프로골프 투어에서 정규직으로 시즌을 시작한 흑인 캐디는 2명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흑인이 캐디를 그만두는 것은 그들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되었기 때문은 아니다. ‘천한 직업’으로 여겨졌던 캐디가 이제 나름의 전문직으로 인정받으면서 고학력자나 프로골퍼 지망생 출신 백인들로 채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마스터스대회 참가가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흑인 캐디 칼 잭슨은 “요즘 인정받는 캐디들은 연간 10만달러 단위의 돈을 벌 수 있다”며 “선수들은 대부분 가족이나 친구 등 가까운 사람을 캐디로 고용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그는 남아있는 흑인 캐디들은 대부분 2부리그인 네이션와이드 투어에서 활동한다며 “흑인 캐디는 사라져가는 종족”이라고 덧붙였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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