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장병 8%가 진정제 처방
‘전장투입 제한’ 원칙 사라져
‘전장투입 제한’ 원칙 사라져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1960~70년대 미군에서는 마리화나와 코카인 등 환각물질과 마약 복용이 큰 문제였다. 요즘은 항우울제 등 정신과 치료제 등이 미군을 좀먹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육군 의무감실에 따르면 지난해 현역 육군 장병 11만명이 우울증치료제, 수면제, 진정제, 정신질환치료제, 불안증치료제 등 각종 정신질환 관련 약품을 처방받았다고 미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8일 보도했다. 육군 장병의 8%가 진정제 처방을 받고 있고 6%는 우울증 치료를 받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5년 이후 무려 8배나 증가한 것이다.
치료제를 복용하는 것 자체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병사들이 전투 현장에 보내진다는 사실이다. 이라크 전쟁 때만 해도 정신질환 치료제 처방을 받은 병사들은 전투 현장에 파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현역병 부족으로 이런 원칙도 깨졌다.
미 공군 패트릭 버크 중위의 경우, 걸프만에서 사우스다코다 공군기지까지 각성제를 먹으며 B1 폭격기를 조종한 뒤 술집에서 동료들과 술을 마시다 발작을 일으켰다. 19시간 동안 잠을 자지않고 각성제를 먹고 조종한 그는 동료를 폭행하고 난폭운전을 하다가 체포됐다. 장거리 비행 때면 4시간마다 각성제를 복용했던 그는 40시간 이상 잠을 자지않은 적도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약물 중독과 수면 부족 등 심신 미약’을 이유로 형사처벌을 면했다.
미군 내 정신 질환에 대한 책을 쓴 정신과 의사 피터 브레긴은 미군 당국이 정신과 군의관들을 통해 정신질환 치료제를 처방해서 장병을 전장으로 보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육군 군의관 출신 바트 빌링스 박사는 “이렇게 많은 미국 장병이 정신병을 앓는 것은 전례가 없다”며 “최근 크게 늘어난 장병들의 자살 및 살인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신질환 치료제를 복용하는 군인이 총기를 가지고 전투 현장에 나간다는 점에서 부작용의 결과는 심각하다. 또 군인은 특수성 때문에 보통 180일분을 처방받아 다량의 정신질환약을 가지고 있어 마약이나 다름없는 남용 가능성도 지니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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