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고향 펜실베이니아서 선거중단 선언
안방 패배땐 치명상 훗날 기약 어려워 결단
안방 패배땐 치명상 훗날 기약 어려워 결단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쟁에서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질기게 따라붙던 릭 샌토럼 전 펜실베이니아주 상원의원이 마침내 백기를 들었다. 롬니는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됐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본선이 서막을 올리게 됐다.
미국 언론들은 샌토럼이 10일 펜실베이니아주 게티즈버그에서 선거운동 중단을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샌토럼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지난 주말 경선을 끝내고 선거운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샌토럼은 경선 중단 배경에 대해 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고, 선천성 장애가 있는 세살짜리 딸을 돌보고 싶다고 말했다.
샌토럼은 경선 중단 발표 뒤 지지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대의원 확보 경쟁에서의 열세와 자금 부족 때문에 경선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확보한 대의원 수에서 656 대 272로 뒤지는 사실을 언급하지는 않은 채 5월29일에 치러질 텍사스주 경선이 자신이 원하는 승자 독식 제도로 바뀌지 않았다는 점을 사퇴 배경으로 꼽았다. 대의원 수가 155명으로 캘리포니아(172명) 다음으로 많은 보수 성향 지역인 텍사스에서 반전을 꾀하고 싶었으나 여의치 않다는 주장이다. 또 막대한 자금력을 자랑하는 롬니에 견줘 자금도 열세이기 때문에 “경선에 집중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뉴욕 타임스>는 샌토럼이 무엇보다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펜실베이니아주 경선에서 패할 것이 두려워 중도 포기를 선언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는 24일 펜실베이니아주 경선에서도 패하면 치명상을 입고 훗날을 기약하는 것도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롬니는 적진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샌토럼을 완전히 꺾으려고 290만달러(약 33억원)를 투입해 광고전을 본격화할 참이었다. 롬니는 이미 네거티브 광고전의 효과로 펜실베이니아에서 샌토럼을 따라잡고 있었다. 샌토럼에게는 2006년 펜실베이니아주 상원의원 3선 도전에 실패한 쓰린 경험도 있다.
롬니는 나머지 두 후보인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과 론 폴 하원의원이 아직 완주를 다짐하고는 있지만 사실상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롬니는 이날 샌토럼의 사퇴를 “중요한 기여”라고 평가하고 “오늘은 좋은 날”이라고 말했다. 롬니는 이제 공화당 지지자들을 결집해 오바마 대통령과의 결선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본선에 대비해 광고비 등 경선 비용을 상당히 절약할 수 있는 이점도 생겼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과의 대결은 더 호락호락하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 <워싱턴 포스트>와 <에이비시>(ABC) 방송 공동여론조사에서 51%가 오바마, 44%가 롬니에게 표를 주겠다고 답했다. 반면 본선의 최대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이는 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롬니(47%)가 오바마(43%)보다 잘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았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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