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기구 회의서 ‘쿠바 배제’ 반기 든 중남미
에콰도르 등 주요국 “쿠바 불참땐 회의 보이콧”
공동성명 못낸채 폐막…미, 영향력 쇠퇴로 곤혹
에콰도르 등 주요국 “쿠바 불참땐 회의 보이콧”
공동성명 못낸채 폐막…미, 영향력 쇠퇴로 곤혹
중남미는 미국의 품으로 완전히 되돌아오기에는 너무 멀리 가버린 것일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09년 취임 직후 ‘미국의 뒷마당’인 중남미와의 관계 복원을 선언했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수평적 관계를 표방한 그에게 중남미는 우호적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그때뿐, 미국 외교는 중남미를 추스르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미주대륙 최대 외교 행사인 미주기구(OAS) 정상회의가 33개국 정상이 참석한 가운데 콜롬비아 카르타헤나에서 14~15일 개최됐지만 공동성명도 내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미국-콜롬비아 자유무역협정(FTA)을 5월15일에 발효한다고 합의한 것에 만족해야 했다.
3년만에 열린 미주정상회의에 틈을 낸 것은 혁명 직후인 1962년 미주기구에서 쫓겨난 쿠바 문제다. 중남미 국가들은 쿠바의 정상회의 참여 보장과 금수 조처 해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은 이미 쿠바의 불참에 불만을 표출하고 회의 참석을 거부했다. 쿠바 문제 등을 두고 미국과 불편한 관계인 니카라과의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도 불참했다.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볼리비아, 니카라과는 다음에도 쿠바 정상이 못온다면 회의를 보이콧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은 맹방인 멕시코와 콜롬비아조차 태도 변화를 촉구해 사면초가에 빠진 꼴이 됐다.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은 쿠바를 배제하는 것은 시대착오라면서 “고립과 금수 조처, 무관심은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국 편을 든 것은 캐나다 정도다. 영어권으로 앵글로아메리카로 불리는 미국·캐나다와, 스페인·포르투갈어를 주로 쓰는 멕시코 이남의 라틴아메리카(중남미)가 대립하는 양상이다.
중남미가 미국의 거수기 노릇을 하던 과거와 판이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독재 청산과 좌파의 잇따른 집권으로 자주적 외교 노선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괄목할 경제 성장을 이룬 브라질이 남미의 새 구심점으로 떠오르고, 중국이 이 지역에 접근하는 것도 대미 의존 성향을 줄여주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9일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팽창적 통화정책”에 대한 쓴소리도 들어야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 참여한 나라들과 달리 쿠바는 아직 민주주의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왜 민주화된 중남미 국가들이 쿠바의 인권 문제에 눈을 감느냐고 항변하기도 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오바마가 쿠바를 회의에 끼워주고 싶어도 11월 대선에서 격전지가 될 플로리다주의 쿠바 망명자 집단 때문에 그럴 수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빈손 외교’는 정상회의 준비차 콜롬비아에 파견된 경호요원 16명이 성매매 파문으로 귀국 조처된 데 뒤이은 것이라 더 쓰라릴 수밖에 없다. 그는 “보도 내용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화가 날 것”이라며 엄정한 조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남미 관계의 또다른 아킬레스건은 영국과 아르헨티나가 30년 전 전쟁까지 벌인 포클랜드 문제다. 중남미 국가들은 아르헨티나를 두둔하며, 중립을 표방한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오바마 대통령은 포클랜드의 아르헨티나식 이름인 “말비나스”(Malvinas)를 인도양 도서국가 명칭인 “몰디브”(Maldives)로 발음하는 실수까지 저질렀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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