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전 민영화 ‘이페에페’ 스페인 기업 지분 회수키로
페르난데스 “주권 회복”…EU “투자자에 부정적 신호”
페르난데스 “주권 회복”…EU “투자자에 부정적 신호”
아르헨티나 정부가 19년 전 민영화된 석유업체 이페에페(YPF)의 재국유화를 선언했다. 베네수엘라 등을 중심으로 거세게 일어난 남미 자원민족주의 운동의 연장선에 있는 조처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발표 즉시 기습작전을 하듯 스페인 출신 간부들의 사옥 출입을 막으며 단호한 태도를 과시했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16일 텔레비전으로 중계된 연설에서 스페인 석유업체 렙솔한테서 이페에페의 소유권을 회수하겠다고 발표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국가가 이페에페 지분 51%를 확보하고 나머지의 상당량도 지방정부가 소유하는 내용의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현재 57%인 렙솔의 지분은 6%로 끌어내리기로 했다. 이페에페는 1922년 세계 최초로 완전한 의미의 국영 석유업체로 출발했다가 시장주의 정책을 편 카를로스 메넴 전 대통령이 통치하던 1993년에 민영화됐다. 이페에페의 재국유화는 2004년 러시아의 유코스 국유화 이후 최대의 석유업체 국유화가 될 전망이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자극적이고 격정적인 어조로 재국유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우리는 라틴아메리카에서, 사실상 전세계에서 자신들의 자연자원을 통제하지 못하는 유일한 나라”라며 “이번 조처는 주권 회복”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지난 두달간 렙솔이나 스페인 정부와 벌여온 신경전을 언급하며 “대통령은 위협이나 거만한 말씨에 대꾸하지 않겠다”, “나는 국가수반이지 깡패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하루 산유량이 약 45만배럴로 자국 에너지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페에페를 국유화하는 이유로 기대에 못 미치는 석유·가스 생산량을 들었다. 2003~2010년 아르헨티나의 석유와 가스 소비는 각각 38%, 25% 증가했는데, 생산은 각각 12%, 2.3% 감소했다. 지난해 에너지 무역적자는 9억달러로 불었다.
이번 조처에는 의회 동의가 필요하나 아르헨티나 정부는 긴급포고를 발표하며 즉각 행동에 나섰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발표 직후 이페에페 이사회의 정부 쪽 인사가 출입 금지자 명단을 들고 와 스페인 쪽 간부들의 사옥 출입을 막았다고 회사 직원을 인용해 보도했다. 또 그는 스페인인들의 개인 물품을 치워 상자에 넣으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중남미의 다른 좌파 집권국들에 뒤이은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석유업체 국유화는 주요 자원의 공공성 회복과 지지 기반 확대를 함께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재선에 성공한 그는 집권 1기에 적자에 시달리던 항공사를 국유화하기도 했다. 한편으로 포클랜드를 두고 영국과 갈등 수위를 높여왔다.
스페인 정부는 “명백히 불법적인” 조처라며 정치적·법적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도 “아르헨티나 정부의 강제 인수는 투자자들에게 아주 부정적인 신호를 줄 것”이라며 스페인과 공조하겠다고 밝혔다. 안토니오 브루파우 렙솔 회장은 17일 기자회견에서 지분에 대한 보상금 105억달러(약 12조원)를 청구하겠다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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