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도심의 밤 풍경. 이 도시의 최대 중심가인 ‘라스베이거스 스트립’은 밤이면 초대형 복합리조트 건물들과 테마파크, 호텔 등이 내뿜는 휘황찬란한 네온싸인 불빛으로 불야성을 이룬다.
폭력·환락은 옛말…복합리조트로 가족관광객 넘쳐
매출 75% 비게이밍 부문서…아시아 진출도 적극 모색
매출 75% 비게이밍 부문서…아시아 진출도 적극 모색
복합리조트 거듭난 현장 가보니
미국 라스베이거스가 ‘환락의 도시’에서 ‘휴양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세계 최대의 도박도시 지위는 이미 마카오가 넘겨받았다.
라스베이거스의 상징이던 카지노 자본이 복합리조트(Integrated resort)를 앞세워 적극 변신하고 있다. 복합리조트는 카지노, 호텔, 컨벤션홀, 공연장, 쇼핑 아케이드, 레스토랑 등 각종 엔터테인먼트가 초대형 건물 안에 들어선 휴양시설이다.
미국 리조트업계는 ‘투어리스트’(관광객) 대신 ‘리조티스트’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고 ‘갬블링’(도박)이란 단어도 ‘게이밍’으로 순화했다. 영화 <벅시>가 묘사한 마피아의 폭력과 돈세탁, 도박과 환락의 이미지는 옛말이다. 엠지엠(MGM), 샌즈, 윈 등 미국의 선두 리조트그룹이 이런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주 <한겨레>가 직접 돌아본 현지 복합리조트는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카지노 게임장 옆에서 쇼핑을 즐길 만큼 분위기도 쾌적했다.
복합리조트의 전체 매출에서 카지노가 차지하는 비율은 급속히 줄고 있다. 엠지엠 리조트 인터내셔널의 라스베이거스 리조트 ‘시티센터’는 지난해 전체 매출의 75%를 게이밍 부문이 아닌 데서 올렸다. 이곳 카지노 매장의 면적은 전체의 1%도 안 된다.
1931년 도박이 합법화된 라스베이거스에서 카지노 자본의 변신은 역설적이다. 미국 금융위기 이후 새 활로를 찾는 자본의 이해와 관광산업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원하는 주정부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이기 때문이다. 네바다주의 조세수입 중 거의 절반이 이들에게서 나온다.
주정부는 카지노 허가와 운영에 엄격한 규제기준을 적용한다. 업계 역시 강력한 규제에 불만이 없다. 복합리조트에 걸맞은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이 관광객 유치의 관건이기 때문이다. 네바다주 게이밍 규제위원회의 존 플린 조사국 부국장은 “주정부는 업체(의 경영자료)에 대한 무제한의 접근권이 있으며, 주주들도 조사에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에 진출한 현지 업체가 미국 본국의 법령 기준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엔 허가 취소나 과징금 등 강력한 제재가 부과된다.
그러나 일부의 도박중독 문제는 업계로서도 여전히 골칫거리다. 업계는 공동출자로 ‘책임있는 게이밍을 위한 전국센터’(NCRG)를 설립해 도박중독 연구와 예방에 신경을 쓰고 있다. 그러나 밑바탕엔 “도박중독은 업체가 아닌 개인의 책임”이라는 미국적 개인주의 시각이 깔려 있다.
복합리조트에서 아예 카지노 시설을 없애면 안 될까? 미국 업계 관계자들은 “투자자들의 자금을 끌어들이고 안정적인 경영을 보장하기 위해선 게이밍 시설이 필수”라고 주장한다. 투자손실 위험을 줄이고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자본의 논리다.
미국 업계는 이미 싱가포르, 마카오, 말레이시아 등지에 복합리조트를 운영중인 데 이어 한국과 일본 시장 선점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만난 엠지엠 리조트 인터내셔널의 제임스 머런 회장은 “복합리조트는 살아있는 생물체로, 시대의 요구를 반영하며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복합리조트를 짓는다면 한국의 역사와 지역적 배경을 충분히 존중하고 융화시킬 수 있는 미래지향적이면서도 한국의 이미지에 적합한 모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라스베이거스/글·사진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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