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업체서 ‘넥서스’ 생산했으나
새버전 내놓으며 5개사서 출시
파편화 막되 개방성 약화 우려
새버전 내놓으며 5개사서 출시
파편화 막되 개방성 약화 우려
구글이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 체제를 재편할 구상을 하고 있다. 강점인 동시에 약점으로 꼽히는 ‘개방성’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구글의 내부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의 말을 인용해, 구글이 안드로이드 새 버전인 ‘젤리빈’과 동시에 여러개의 ‘선도 기기’를 내놓을 예정이라고 15일 보도했다. 적어도 5개 업체가 구글과 계약을 맺고 올해 말 출시를 목표로 스마트폰과 태블릿 기기들을 준비중이라고 덧붙였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새 버전을 내놓을 때마다 한 생산업체와 함께 ‘넥서스’ 스마트폰을 내놓고 있다. 처음에는 대만의 에이치티시(HTC)가 ‘넥서스 원’을 내놓았지만 그다음부터는 삼성과 손잡고 ‘넥서스S’, ‘갤럭시 넥서스’ 등을 내놓았다. 넥서스 시리즈에는 제조업체나 통신사가 독자적인 기능이나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을 넣을 수 없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원형 그대로 출시되며, 구글이 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온라인 판매를 하기도 한다. 윈도만 달랑 깔려 있는 컴퓨터를 마이크로소프트가 직접 판매하는 셈이다.
하지만 안드로이드가 여러개의 넥서스 기기를 동시에 내놓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넥서스에 끼지 못한 기기는 ‘2등 기기’ 취급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도 이 기기들을 기본으로 놓고 개발할 게 뻔하다. 스마트폰 생산자나 통신사에 따라서 들쑥날쑥했던 운영체제 업데이트도 넥서스 기기에서는 더 원활하게 이뤄질 수밖에 없어 다른 생산업체들도 넥서스 체제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사용자들은 이런 움직임이 안드로이드의 약점으로 꼽혀왔던 ‘파편화’(기기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다른 현상)를 막을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방침은 안드로이드의 강점으로 꼽혀온 개방성을 해치고, 애플의 아이폰과 비슷한 폐쇄적인 사용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스마트폰 제작업체나 통신사들은 자신들의 입맛대로 이런저런 부가기능을 끼워넣을 수 있는 안드로이드에 열광했고 그 덕분에 안드로이드가 이렇게 급성장할 수 있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구글의 이런 움직임이 ‘스마트폰 판매’라는 새로운 수익처를 확보하고, 인수합병한 모토롤라를 지원하는 등의 다목적 포석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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