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등 기준금리 인하 속속
미국·유럽도 “필요조처 준비”
피치, 스페인 신용등급 강등
증시 혼조…시장반응 회의적
한국은행, 기준금리 또 동결
미국·유럽도 “필요조처 준비”
피치, 스페인 신용등급 강등
증시 혼조…시장반응 회의적
한국은행, 기준금리 또 동결
스페인이 9일(현지시각) 유럽연합에 구제기금을 신청할 것이라고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이 8일 보도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7일 스페인의 국가 신용등급을 3단계나 낮춰 위기감을 증폭시킨 가운데 나온 보도여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유럽연합과 독일 당국자 5명의 말을 근거로 유로존 17개국 재무장관이 9일 오전 스페인의 구제기금 신청 관련 전화회의를 열고, 오후께 성명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독일 정부 고위 관계자도 “스페인 정부가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며 이를 뒷받침했다. 구체적인 액수 등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수석 대변인인 슈테판 자이베르트는 “그런 보도에 대한 내 대답은 노코멘트”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은 그러한 결정은 스페인 정부에 달려 있다는 것”이라고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스페인이 이날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구제금융을 신청할 거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스페인에 대한 구제금융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쏟아지는 가운데,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이 잇따라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고 미국과 유럽도 경기부양 의지를 내비치는 등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각국 정부 차원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12개월째 동결하면서,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져 경기 둔화 가능성이 좀더 커졌다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중국 인민은행이 8일부터 1년만기 대출금리와 예금금리를 모두 0.25%포인트씩 내렸다는 소식은 전세계가 ‘경기부양 모드’로 진입하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앞서 오스트레일리아도 지난 5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고, 그동안 여러차례 금리를 내렸던 인도와 브라질도 추가 금리인하를 고려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 등이 이날 전했다.
미국과 유럽도 경기부양 의지를 나타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7일(현지시각) 의회 합동경제위원회 청문회에 나와 당장 양적완화에 나설지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달 말 예정된 정례 연준 회의에서 성장을 독려하기 위한 조처가 필요한지 논의할 것”이라고 말해 추가 양적완화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지난 6일 기준금리를 동결한 유럽중앙은행(ECB)의 마리오 드라기 총재도 “부채위기가 유럽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지 않도록 나설 준비는 돼 있다”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에 따른 효과에 대해선 아직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중국의 경우 추가 금리인하로 부동산 거품이 다시 커지는 등의 부작용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외신은 분석했다. 미국도 이미 단기 국채를 팔고 장기 국채를 사들이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로 금리를 역대 최저수준인 0~0.25%로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양적완화 카드를 쓰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특히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7일 스페인의 국가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3단계나 낮춰, 세계경제에 여전히 짙은 먹구름이 끼어 있음을 보여줬다.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한국은행은 일단 금리조정을 피했다. 한국은행은 8일 김중수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정례회의를 열어 6월 기준금리를 연 3.2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지난해 6월 0.25%포인트 인상된 뒤 1년째 제자리에 머물게 됐다. 김 총재는 “유로지역 리스크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불안 및 주요국 경제 부진 가능성으로 우리 경제성장의 하방위험이 더 커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금리동결의 배경을 설명했다. 금리를 조정하기에는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너무 큰 만큼 일단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한은은 다음달 초에 올해 경제전망 수정치를 내놓을 계획이다.
이춘재 기자, 박순빈 선임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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