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데리코 프랑코(왼쪽), 페르난도 루고(사진 오른쪽)
파라과이, 루고 대통령 탄핵
주변국 “민주주의 파괴” 반발
우파 의회서 발의 30시간만에
남미국가·국제사회, 비난 일색
주변국 “민주주의 파괴” 반발
우파 의회서 발의 30시간만에
남미국가·국제사회, 비난 일색
중도좌파 성향의 페르난도 루고(사진 오른쪽) 파라과이 대통령이 의회의 탄핵을 받고 23일 하야했다. 브라질 등 남미 국가들은 이번 탄핵을 의회 쿠데타라고 비난하며, 파라과이 새 정부를 압박했다.
우파가 다수석을 차지하고 있는 파라과이 하원과 상원은 각각 21일과 22일 최근 17명이 사망한 경찰과 빈농 간 충돌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발의된 루고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압도적인 표 차이로 통과시켰다. 루고 대통령은 “의회 쿠데타”라고 비난하면서도 이를 받아들이고 하야했다. 그는 대통령궁을 떠나면서 “파라과이의 역사와 민주주의가 깊은 상처를 입었다”고 말했다. 곧이어 연정에 참여했다 등돌린 페데리코 프랑코(왼쪽)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그는 내년 8월15일까지 루고 대통령의 잔여 임기를 채우게 된다.
탄핵안이 통과되자 수도 아순시온 의회 주변에선 수천명의 루고 대통령 지지자들이 항의시위를 벌였고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며 진압에 나섰다.
지난 15일 쿠루과티 지역의 한 농장에서 발생한 경찰과 빈농들 간의 충돌이 이번 탄핵사태의 직접적 발단이 됐다. 빈농 150여명이 군부독재 시절 불법적으로 강탈당한 이 농장의 분배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자, 경찰이 강제 퇴거에 나서면서 충돌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내무장관과 경찰총수가 사퇴했으나 야권은 루고 대통령이 책임져야 할 문제라며 탄핵을 전격 발의했다.
‘해방신학’에 충실했던 가톨릭 사제 출신인 루고는 빈곤층의 지지를 바탕으로 2008년 4월 대선에서 콜로라도 당의 61년 장기 집권을 종식시키고 정권교체에 성공한 바 있다. 그는 토지개혁을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의회·사법부·언론 등 기득권 세력의 반발에 부닥쳐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좌파 성향의 지도자가 많은 남미 국가들은 이번 탄핵 사태를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브라질 외교부는 23일 성명에서 “루고 전 대통령 탄핵은 파라과이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교부는 루고 전 대통령에게 충분한 해명 기회를 주지 않은 채 불과 30여시간 만에 탄핵이 이루어진 데 대해 의문을 표시하며 아순시온 주재 브라질 대사를 귀국시켰다.
아르헨티나도 “이번 탄핵은 민주주의 질서를 파괴한 것”이라면서 파라과이와의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볼리비아와 에콰도르, 베네수엘라 등은 이미 파라과이의 새 정부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주기구(OAS)의 호세 미겔 인술사 사무총장도 “국제사회는 루고 전 대통령을 사퇴시킨 절차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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