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83년 ‘정치범’ 납치…남겨진 자녀 500명 강제입양 책임 물어
마카레나 겔만에게 5일(현지시각)은 정의가 실현된 날이다. 그는 1976년 태어나자마자 부모가 아르헨티나 군부에 납치된 뒤 우루과이의 한 경찰관 가정에 강제 입양됐다. 엄마는 우루과이에 있는 교도소로 끌려간 뒤 사라졌고, 아빠는 강가에 버려진 시멘트 더미 속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겔만이 자신의 비극을 알게 된 것은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과거사 청산’이 시작된 2006년 무렵이었다. 같이 사는 부모가 양부모임을 알게 된 겔만은 2008년 유전자 감식을 신청해 친할아버지를 찾았다.
겔만과 같은 희생자를 낳은 ‘아기 납치’에 대한 단죄 작업은 2011년부터 시작됐다. 아기 납치는 1976~83년 군사독재정권 기간 동안 군부가 저지른 ‘더러운 전쟁’(군부의 테러·고문·납치·살인을 총체적으로 일컫는 말)의 결정판이었다. 이 기간 동안 무려 500여명의 갓 태어난 아기가 ‘정치범’으로 몰린 부모들과 헤어져 군인이나 경찰 가정에 강제로 입양됐다.
아르헨티나 법원은 이날 아기 납치 범죄의 책임을 물어 군사정권 독재자들이었던 호르헤 라파엘 비델라(86·1976~1981 대통령 재임)와 레이날도 비뇨네(84·1981~1983 재임)에게 각각 징역 50년과 15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이미 반체제 인사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비극은 납치된 아이들만 겪은 게 아니었다. 납치된 아이를 입양해 34년 동안 키운 혐의로 기소된 한 경찰관의 부인은 “그 아이가 납치된 줄 전혀 몰랐다. 지금까지 그 아이를 친자식처럼 소중하게 키웠다”며 법정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법원은 그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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