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 기후 될 가능성 높아”
기상학자들, 섬뜩한 전망 내놔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가 해법
기상학자들, 섬뜩한 전망 내놔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가 해법
미국은 지금 바짝 마른 날씨와 씨름 중이다. 미국 가뭄감시센터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31개주 1369개의 카운티가 가뭄 상태다. 전체 3142개 카운티 중 40%가 넘는다. 그런데 1930년대 ‘더스트 볼’(미국 중부지역에서 모래바람과 함께 왔던 대가뭄) 이후 최악의 가뭄이라는 이번 가뭄이 앞으로 100년간 일상적인 기후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기상학자들은 최근의 가뭄이 이른바 ‘뉴 노멀’(이상기후가 일상화된다는 뜻의 신조어)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섬뜩한 전망을 내놓았다. 오레곤 주립대학, 북부 아리조나 대학 등 여러 대학들이 공동연구해 과학저널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발표한 보고서는 앞으로 100년간 계속 가뭄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21세기가 ‘대가뭄의 세기’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사이언스 데일리> 등은 30일 이 보고서의 내용을 인용해, 지난 2000~2004년 미국 서부, 캐나다, 멕시코 지역을 강타했던 장기 가뭄은 800년 만에 일어난 일이지만, 다음 세기까지 80~95년 동안 강수량은 당시와 비슷하거나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가뭄 지역들은 숲이 광범위하게 시들고, 하천이 마르거나 농작물 생산이 크게 감소하는 등 큰 홍역을 치렀다.
연구진이 나무의 나이테를 통해 조사한 결과 2000년대 초반 가뭄은 중세 시기인 977~981년, 1146~1151년에 이은 최악의 장기가뭄이었다. 당시 콜로라도강의 저수량은 절반으로 줄어들었고, 곡물 생산량은 5% 이상 하락했다.
문제는 이런 가뭄이 계속 악순환 된다는 것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로 초래된 가뭄은 식물의 생장을 방해해 식물의 이산화탄소 처리량을 크게 감소시킨다. 식물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하는데 이 순환이 방해받는 것이다. 2000~2004년 당시 가뭄 지역에선 식물의 이산화탄소 처리량이 51%나 감소했다.
따라서 ‘가뭄→공기중 이산화탄소량 증가→더 심한 가뭄’의 악순환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보고서의 공동저자인 오레곤대학 비버리 로 교수는 “만약 전체적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지 않으면 상황은 더욱 나빠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평균적으로 화석연료 사용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30%를 흡수하는 ‘온실가스 흡수원’(Carbon Sink)이 21세기 안에 사라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현재 기승을 부리고 있는 미국 중부 지방의 가뭄이 이런 현상에 의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로 교수는 “이미 마른 땅은 더 마르게 된다”며 연관성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그는 “가뭄 상황이 계속되면 숲이 황무지나 초원으로 변하게 될 수도 있다”며 “현재 가뭄 문제의 중대성이 간과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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