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주범” 비판·규제 강화에
골드만삭스 등 5개 은행 후원 줄여
오바마 65만달러-롬니 330만달러
골드만삭스 등 5개 은행 후원 줄여
오바마 65만달러-롬니 330만달러
버락 오바마 13만6000달러 대 밋 롬니 180만달러.
올해 미국 대선 민주·공화 양당 주자들에 골드만삭스 임직원들이 낸 후원금의 합계다. 오바마 대통령이 모금액은 롬니의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오바마에게 “뚱뚱한 고양이 은행가들”이라고 공격받았던 월가가 복수에 나선 것이다. ‘은행권의 탐욕’ 문제가 갈수록 첨예한 이슈로 등장하는 가운데 은행들이 돈의 힘으로 ‘정치적 반격’에 돌입한 셈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0일 지난 2008년 오바마의 가장 든든한 돈줄이었던 골드만삭스가 이번에는 롬니에게 돈을 몰아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치헌금 감시단체 책임정치센터(CRP)가 집계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분석한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오랫동안 민주당편이었다. 책임정치센터가 자료를 집계하기 시작한 1989년 이래 골드만삭스가 민주당에 낸 정치헌금은 2240만달러로, 모든 기업을 통틀어 1위 자리에 올라있다. 지난 2008년에 골드만삭스는 민주당 캠프에 101만달러를 몰아줬고, 임직원들이 개인적으로 낸 것까지 합하면 모두 450만달러를 민주당에 지원했다. 하지만 최근 새로 임명된 허비 슈워츠 최고재무담당자(CFO)가 오랜 민주당 지지자임에도 불구하고 기부액의 90% 이상을 공화당에 내는 등 후원금은 롬니에게 몰리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태도 변화에는 롬니 본인이 금융권 출신이라는 점도 작용했지만, 무엇보다도 민주당 정부가 금융규제를 강화하고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월가를 강하게 비난해 온 때문으로 보인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골드만삭스의 한 임원은 “오바마 정부가 금융규제안을 마련할 때 우리 회사와 상의를 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러지 않았다”면서 “이 때문에 백악관에 대한 반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무엇보다 오바마 정부가 추진하는 ‘볼커 룰’에 대한 불만이 많다. 이 법안은 은행이 자기자본으로 거래하는 ‘플랍 트레이딩’을 제한하고, 사모펀드나 헤지펀드 투자도 제한해 은행의 안정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기자본 거래가 매출의 10%를 넘나들었던 골드만삭스로서는 커다란 타격이다.
골드만삭스 뿐만 아니라 다른 대형은행들의 기부액도 롬니에게 쏠리고 있다. 제이피모건, 시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모건스탠리 등을 포함한 5개 대형은행의 기부액을 종합하면 오바마 진영에는 65만달러에 불과한 반면, 롬니에게는 330만달러를 몰아줬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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