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룰라’ 난국 돌파 성공할까
노동자당 비리 수개월째 브라질 정국 강타
잇단 부패추문에 대통령 주변 수사 허용
가족까지 의혹일자 결백 입증 위해 승부수
잇단 집권 노동자당의 비리로 사임과 탄핵 압력을 받고 있는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59) 브라질 대통령이 난국 돌파를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비리 연루 의혹을 해소하고 자신의 도덕성을 입증하기 위해 자신과 가족들에 대한 수사를 전격적으로 허용한 것이다.
룰라 대통령은 최근 자신과 가족들에게 불법적으로 자금이 제공됐다는 주장에 대해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고 7일 브라질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조사는 국가안보국과 연방정보국, 연방경찰이 합동으로 실시한다. 대통령궁 명의의 신용카드를 포함해 부인 마리자 레티시아와 두 아들의 개인 신용카드에 대한 조사도 이루어질 전망이다.
브라질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는 부패·비리 추문은 현재 하원의 3개 위원회와 경찰, 검찰 등이 조사를 계속되면서 폭로가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일 일간 <폴랴 데 상파울루>는 유명 정치광고회사 두다 멘돈사의 소유주인 마르코스 발레리우 데 소우자의 계좌에서 현금을 받은 50여명의 정치인과 고위인사들의 명단을 폭로했다. 발레리우 데 소우자는 정부 입법안에 대한 지지 확보를 위해 노동자당을 대신해 야당 인사들에게 뇌물을 제공한 인물로 지목된 인사다. 명단 폭로 직후 브라질 조폐공사 사장이 사임했고, 앞으로도 사임하는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들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
최근엔 “발레리우 데 소우자가 룰라 대통령 가족들의 생활비를 부담해 왔다”는 소문도 떠돌고 있다. 또 룰라 대통령이 노동자당(PT)의 델루비오 소아레스 전 재정위원장을 통해 개인 빚을 갚기 위해 1만여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지난 5일 브라질 하원에는 다섯번째 탄핵 청원서가 접수됐다.
폭로 정국의 진원지인 호베르토 제페르손 의원이 지난 5일 하원 윤리위 증언에서 그동안 룰라 대통령이 비리에 연루됐다고 했던 비난을 철회하면서 룰라 대통령에 대한 비난은 다소 수그러들고 있다. 그러나 제페르손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의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페르손은 지난 6월 비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한 조제 디르세우 전 정무장관이 대통령 몰래 의원 매수 등을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제페르손 역시 브라질 우체국 관련 부패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추문은 내년 대선에 재출마할 의사를 밝히고 있는 룰라 대통령에게 적잖은 타격이다. 비리에도 불구하고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룰라 대통령은 “조사 결과 비리에 연루된 사람들은 누구든지 사법당국에 넘길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수사 결과 자신과 가족들의 결백이 입증될 경우 룰라 대통령은 비리 논란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 내년 대선을 향한 행보도 한결 가벼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부패·비리의 속성상 불똥이 어디로 튈지눈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류재훈 기자, 상파울루/연합뉴스 hoonie@hani.co.kr
류재훈 기자, 상파울루/연합뉴스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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