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삼킨 퍼펙트 스톰…잠정피해 22조원 이를 듯

뉴욕 피해 상황
뉴욕, 허리케인 한방에 완전마비
맨해튼 지하철 침수, 전기도 끊겨
금융기능 중지, 증권거래소 폐장
911 구조전화 30분에 1만통씩

세계 금융의 심장 뉴욕이 강력한 허리케인 한방에 완전히 마비됐다. 맨해튼은 물바다로 변했고, 전기마저 끊겨 금융기능이 완전히 중지됐다. 뉴욕과 뉴저지 등 미국 동부지역 6개 주는 최대 200억달러(약 22조원)의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시엔엔>(CNN)이 29일(현지시각) 전했다.

허리케인에서 육지 상륙과 동시에 비열대성 사이클론으로 바뀐 ‘샌디’가 뉴욕에 이른 것은 이날 밤 9시께. 상륙 전부터 불던 최고 시속 150㎞에 이르는 바람은 높이 306m에 있는 타워크레인을 망가뜨렸고 4m 높이의 해일은 맨해튼을 무인지경으로 덮쳤다. 센트럴파크를 굽어보고 있는 초호화 아파트를 짓던 타워크레인은 80층 높이에서 부서진 채 매달려 있는 아찔한 상황을 연출했다. 경찰은 타워크레인의 추락 위험 때문에 주변 주민들을 소개했다. 맨해튼에서는 무릎까지 물에 잠긴 거리에 세워놓은 차들이 물에 밀려 뒤엉켰다. 학교와 관공서, 사무실들은 모두 문을 닫았고, 주요 도로와 다리, 터널 등도 폐쇄됐다. 지하철과 철도도 대부분 선로가 침수되는 바람에 운행이 중지됐다. 뉴욕 지역의 3개 공항은 모두 비행을 취소했다. 뉴욕주는 2100명의 연방방위군을 호출해 위험지역을 순찰해줄 것을 요구했다.

맨해튼의 한 변전소가 폭발하면서 맨해튼 중심부 대부분은 정전피해를 입었다. 뉴욕대학 티시병원은 정전에 이어 보조발전기마저 고장나자 215명의 입원 환자를 주변 병원으로 긴급 이송하는 난리를 겪었다.

뉴욕 증권거래소는 29일에 이어 30일도 폐장했는데, 2001년 9·11 테러 이후 뉴욕에서 증권거래가 중단된 것은 처음이다. 31일 개장도 불투명하다. 월가 지역은 큰 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전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복구가 늦어질 수 있다.

뉴욕주 퀸스 지역에서는 화재가 발생해 50여채의 집이 전소되는 등 다른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넘어지는 나무가 집을 덮쳐 소년 2명이 숨지는 등 인명피해도 속출했다.

뉴욕주는 해안 주변 지역 37만5000명에게 대피 권고를 했지만 대부분은 집을 떠나지 않아 경찰의 애를 태웠다. 대피소를 찾은 주민은 3000명 정도에 불과했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피난을 가지 않은 사람들이 위험에 빠지면 구조대원들이 목숨을 걸어야 하는 만큼 이들을 “이기적”이라고 비난하면서도 “혹시 집에 물이 닥치면 높은 데로 올라가라”고 당부했다.

시민들이 위험에 빠지더라도 구조신고가 제대로 접수될지는 미지수다. 현재 911에는 30분에 1만통씩 구조전화가 걸려오고 있는데 대부분 집이 정전됐다는 신고다. 블룸버그 시장은 “정말 긴급상황이 아니면 911에 전화를 걸지 말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형섭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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