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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이상 좇다 좌초한 카터 넘어 제2의 클린턴에 도전

등록 2012-11-07 21:53수정 2012-11-07 21:53

(※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재집권 오바마의 과거와 미래
‘뉴딜’ 맞먹는 사업 추진하고
의보개혁 등 복지 성과에도
미국민들 재정적자 불만 커져

투표 직전 경제지표 살아나고
경합주 네거티브 공세 먹혀들어
이상과 현실 겸비한 대통령 꿈꿔

6일(현지시각), 승리를 거둠으로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945년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 이어 두번째로 연임에 성공한 민주당 대통령이 됐다. 그것도 흑인 대통령으로서.

미국인들뿐 아니라 전세계는 4년 전 그의 등장을 벅찬 감정으로 지켜봤다. 미국인들에겐 인종의 벽을 넘어서는 꿈이 실현되는 순간이었고, 국제사회엔 조지 부시 정권의 일방주의적 패권주의의 종말을 뜻했다. 취임 당시 오바마는 지미 카터의 이상과 빌 클린턴의 현실감각을 겸비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이후 가장 성공한 민주당 대통령을 꿈꾸었다. 저서 <담대한 희망>과 <아버지로부터의 꿈>의 일관된 논지는 엄혹한 현실에 꽃핀 이상의 실현이었다. 2009년 말 그에게 ‘느닷없이’ 주어진 노벨평화상도 그런 그의 이상에 거는 기대의 반영이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실제 오바마 대통령 재선의 길은 험난했다. 그는 재임 내내 부진한 경제에 시달리며, 선거 막판에는 밋 롬니 공화당 후보한테 지지율이 뒤지는 위기를 겪었다. 이상을 추구하다가 좌초된 카터의 전철을 밟는 듯했다.

오바마 1기 행정부는 사실 1930년대 대공황 당시 루스벨트 행정부만큼이나 일을 하며, 금융위기에 대처했다. 7870억달러 규모의 2009년 ‘미국 회복 및 재투자법’은 실물가치로서는 루스벨트의 뉴딜정책에 맞먹는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전국고속도로망 사업 이후 최대 공공사업도 벌였다. 붕괴 직전의 은행 및 자동차 산업도 구제했다. 도드-프랭크법으로 월가 개혁과 소비자 보호도 추진했다. 경제위기 속에서 획기적인 복지 확대도 추진했다. 특히 2차대전 이후 빌 클린턴 등 5명의 대통령이 추진했으나 실패했던 의료보험의 국민개보험화 개혁도 부분적으로 이뤄냈다. 오바마 행정부의 의료보험 개혁은 1965년 노인층과 저소득층을 위한 의료보험 제도인 메디케이드와 메디케어 이후 최대의 사회안전망 확대이다.

하지만 미국민들은 오바마의 치적으로 재앙이 피해간 현실보다는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 현실에 더 반응했다. 커져가는 재정적자는 오바마에 대한 단골 비난 메뉴가 됐고,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와의 대결 속에 2011년 연방정부 폐쇄 위기 직전까지 이르게 된다. 또 월가의 노골적인 반발과 의료보험을 둘러싼 전국민적인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 결과 공화당은 2010년 중간선거에서 2년 만에 하원 다수당으로 복귀했다. 살아나지 않는 경제는 오바마의 최대 위기였다.

오바마는 한달을 남기고 비로소 경제 회생의 빛을 보았다. 실업률이 8%대 밑으로 떨어졌고, 소비심리가 살아나는 경제지표들이 발표됐다. 투표 며칠을 앞두고 경합주에서 민주당을 이탈했던 백인 중하류층 노동자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민주당 대통령은 유약하다는 공화당 쪽의 전통적인 선거책략을 무력화시킨 것도 승인이다. 오사마 빈라덴 사살과 선거 직전 허리케인 샌디의 대처에서 ‘최고사령관’으로서의 지도력을 십분 보여줬다. 부시 행정부가 사실상 포기했던 빈라덴 추적을 재개하고, 그를 제거하는 작전을 과감히 결단한 것은 아무리 부정해도 오바마의 치적이다. 해외에서 테러 용의자들에 대한 과감한 무인기 공격 등은 오바마가 일반 유권자들이 원하는 것을 무시하지 않는 현실적 정치인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선 후보 텔레비전 토론 뒤 전국 지지율에서 뒤진 상황은 그의 재선을 실질적으로 위협한 위기였다. 하지만 일관되고, 극히 정략적이기까지 한 현실적 선거운동으로 극복했다. 그의 이번 선거운동은 최근 민주당 대선 후보 중에서 가장 공세적인 네거티브 선거운동이었다. 롬니를 일관되게 상류층의 이익만 챙기는 백만장자로 부각시키며 경합주에 대규모 네거티브 광고를 집중했다. 지나친 네거티브라는 비난도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이런 일관된 전략은 경합주를 중심으로 지지자를 결집시켜 전국 지지율 부진을 극복하게 했다. 이제 오바마는 다시 출발선에 섰다.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그의 재선을 성공시킨 위기 극복 능력은 오바마가 꿈꾸는 이상과 현실감각을 겸비한 루스벨트 이후 최고 민주당 대통령의 꿈을 여전히 유효하게 하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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