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리케 페냐 니에토(46) 멕시코 신임 대통령의 취임 일성은 “평화”였다. 하지만 그의 취임식은 화염병과 최루탄이 격렬하게 오가는 폭력시위 속에 치러졌다.
니에토 대통령은 1일 멕시코시티 의사당 하원에서 취임식을 치렀다. 펠리페 칼데론 전 대통령은 그에게 국기가 그려진 어깨띠를 넘겼고 그는 이 띠를 두른 채 인근 국립공원으로 가 취임 연설을 했다. 그는 “새 정부의 첫 목표는 멕시코에 평화를 가져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칼데론 전 대통령이 벌인 ‘범죄와의 전쟁’은 6만명이나 되는 사망자를 냈지만 여전히 대형 마약 카르텔은 뿌리 뽑히지 않았고, 미국으로 흘러들어가는 마약의 양도 그다지 줄어들지 않았다. 지난 7월 치러진 대선의 가장 큰 이슈도 역시 범죄와의 전쟁이었다. 지난 2000년까지 71년 동안 1당 독재에 가깝게 집권해온 제도혁명당(PRI) 후보로 대선전에 나선 니에토 대통령은 제도혁명당이 권력을 떠난 뒤 멕시코가 혼란 속에 빠졌다고 주장하며 당선됐다. 영화배우 같은 그의 잘생긴 외모도 한몫 했다.
하지만 야당 지지자들은 그의 취임에 격렬하게 항의하고 있다. 야당 의원들은 선서식장에서 피켓시위를 벌이며 니에토가 불법 선거로 집권했다고 주장했고, 선서식장 밖에서는 격렬한 시위로 시위대와 경찰 여러명이 부상을 입었다. 무엇보다도 부패하고 무능했던 제도혁명당이 다시 집권하는 데 대한 반발이 심하다. 제도혁명당은 또 마약조직들과 결탁했다는 의심도 사고 있다. 하지만 니에토 대통령은 제도혁명당은 예전의 모습과는 많이 바뀌었으며, 마약조직과도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취임연설에서 니에토는 교육, 사회개발, 범죄예방 등 13개 역점 과제 수행을 통해 “국가적 변신”을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로스엔젤레스타임스>는 취임식부터 폭력시위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국가의 평화를 성취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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