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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수세 몰린 미 총기협회, 이번엔 ‘총’ 내려놓나

등록 2012-12-18 20:27수정 2012-12-18 21:26

SNS 계정 닫은채 인터뷰도 거부
총기옹호 의원들마저 “규제 필요”
의회서 다양한 방안 쏟아지지만
‘강력한 로비’로 흐지부지 우려도
‘로비의 천국’ 미국에서 최강 로비단체로 평가받는 전국총기협회(NRA)가 무거운 침묵에 빠져들었다. 어린이 20명 등 28명이 사망한 코네티컷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 이후 총기소지 자유 옹호의 첨병인 전국총기협회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협회의 트위터 계정도 침묵을 지키고 있고, 페이스북 페이지는 기능이 정지된 상태이다. 협회는 언론의 인터뷰와 코멘트 요청을 일절 거부하고 있다. 총기 사건 때마다 총기협회를 비롯한 총기소지 옹호 세력 쪽은 일단 엎드리는 자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이번처럼 사면초가에 몰린 것은 처음이라는 평가이다.

의회에서 이들을 대변해온 의원들이 모두 새로운 총기규제 대책 필요성을 인정하고 나선 것도 처음이다. 조 맨친(민주·웨스트버지니아) 상원의원은 17일 총기 규제 논의와 관련해 “모든 방안이 테이블 위에 올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10년에 자신이 반대하는 한 법률안을 타깃으로 삼아 자신이 직접 사냥총을 쏘는 광고를 찍어 내보내는 등 총기소유 권리의 강력한 옹호자였다. 맨친 의원과 함께 전국총기협회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는 마크 워너(민주·버지니아) 상원의원도 총기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있어야 한다면서 이번 사건을 ‘게임 체인저’라고 불렀다. 총기 문제에 관한 분수령이 될 것이란 의미이다.

총기 옹호에서 더 강경한 입장인 공화당 쪽도 강도는 약하지만, 새로운 총기규제 대책 필요성을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마르코 루비오(공화·플로리다) 상원의원의 대변인은 루비오 의원이 “총기를 안전하고 책임있게 소지할 수정헌법 2조 권리에 대한 강력한 지지자로 남을 것이나, 범죄자와 정신병자의 손에서 총기를 제한하는 대책에 언제나 열려있다”고 밝혔다.

백악관 쪽은 여론이 더 성숙되기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코네티컷 총기사건 뒤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말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어떤 조처를 취할지에 대해, 백악관 관리들은 단정적인 언급을 삼가면서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대통령이 취할 수 있는 총기규제에 관한 행정명령 등을 미리 내놓을 경우, 의회 차원에서 가능한 더 강력한 입법 대책의 김을 뺄 수 있기 때문이다. 의회 쪽에서는 공격용 무기 소지 규제, 총기사용 서적 규제 등 다양한 방안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도 과거와 별로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크다. 총기사건이 날 때마다 총기 규제 여론이 들끓다가, 시간이 지나면 총기협회 등의 조직적 로비로 흐지부지 되는 상황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의 보좌관으로 강력한 총기옹호자인 조지프 칼리파노는 어린이들이 곰인형처럼 쓰러진 텔레비전 화면에 대중들이 관심이 집중될 동안에만 오바마 대통령은 추동력을 가질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총기협회의 과거 선거 개입을 보면, 의원들이 제대로 총기 규제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총기협회는 1994년 중간선거에서 하원의장인 톰 폴리를 낙선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하원의장이 낙선한 것은 1862년 이후 처음이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자서전 <나의 인생>에서 “전국총기협회는 용서가 없는 주인이다. 한번 찍히면 아웃되는 일진 아웃제이다. 협회는 24명의 낙선대상 의원 중 19명을 낙선시켰다. 총기협회는 적어도 그 정도의 타격을 줬고, 자신들이 깅그리치 하원의장을 만들었다는 주장을 하게 했다”고 밝혔다. 1994년 공화당이 반세기 만에 상하원 다수당으로 올라서고, 보수파 뉴트 깅그리치 의장을 탄생시킨 힘이 총기협회였음을 밝힌 대목이다.

총기협회와 총기 소지 옹호자들이 이번에도 파고를 넘을지 주목된다.

정의길 선임기자, 워싱턴/박현 특파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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