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새 재무장관 제이컵 루 지명

제이콥 류(사진 왼쪽)

공화당과 재정협상 염두 ‘예산 전문가’ 전진배치
오바마 2기 내각 인선 마무리
국민경제위원회 위원장 등
나머지 경제팀은 그대로 유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후임으로 제이컵 루(사진 왼쪽) 백악관 비서실장을 10일 지명할 것이라고 미국 언론들이 9일 보도했다. 예산 전문가인 루의 재무장관 지명은 금융위기에 대처하는 경제전문가 위주의 1기 경제팀에서 예산투쟁을 위한 예산 협상가 중심으로 2기 경제팀이 짜인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수장이라 할 수 있는 재무장관 외에 오바마 2기 경제팀엔 1기 팀의 대부분이 잔류할 것으로 보여진다. 진 스펄링 백악관 국민경제위원회 위원장, 앨런 크루거 경제자문위원회 의장, 제프리 지엔츠 예산관리처장 등 백악관 경제팀은 유임될 것으로 전해졌다. 캐슬린 시벨리어스 보건인적자원부 장관도 개정 의료보험법이 완전히 적용되는 2014년까지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경제팀은 아니지만 금융규제 등에 중요한 구실을 하는 법무장관도 에릭 홀더가 유임한다. 백악관 비서실장에는 데니스 맥도너 부안보보좌관이나 로널드 클라인 전 부통령 비서실장이 유력하다.

힐다 솔리스 노동장관만이 이날 물러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여성 중남미계인 솔리스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함께 오바마 내각에서 여성·소수민족을 대표하는 인물이었다. 이에 따라 2기 행정부가 ‘백인 남성’ 위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바마의 실무 측근이나 익숙한 사람 위주로 경제팀이 구성된 데 대해 백악관이 외부 목소리에 폐쇄적이고 신선한 피를 공급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재정절벽 해소를 위해 공화당과 씨름하는 등 2기 오바마 행정부가 처한 절박한 재정문제 때문에 이런 선택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있다. 임기 내내 예산 등 재정문제를 놓고 공화당과 벌일 투쟁을 고려하면, 예산 협상에 정통하고 일사불란한 지휘체계를 갖춘 경제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루가 의회에서 재무장관으로 지체 없이 인준되면, 그는 이르면 다음달 국가부채한도 인상을 놓고 공화당과 격돌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국가부채한도가 자동 인상됐던 과거 전례를 들어 협상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공화당 쪽은 한도를 인상하는 만큼 복지수혜 등 정부지출을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980년대 토머스 오닐 당시 하원의장의 보좌관으로 공직 경력을 시작한 루는 주로 의회에서 민주당 예산통으로 활약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예산관리처장을 지낸 그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국무부 자원관리 담당 부장관으로 기용했다. 이후 오바마는 클린턴 장관의 반대에도 그를 다시 예산관리처장으로 데려가고 결국에는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자신의 옆을 지키게 했다. 루는 예산과 대의회 관계에서 경험이 풍부한 반면, 미국 재무장관의 필수요건인 국제금융에 대한 경험은 전임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평가다.

정의길 선임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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