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이온 배터리 말썽에
칠레·인도서도 잇단 중단
칠레·인도서도 잇단 중단
보잉의 ‘꿈’이 ‘악몽’으로 변하나. 최근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보잉사의 최신예 여객기 보잉 787이 결국 미국 연방항공청에게 ‘안전 우려가 해결될 때까지’ 미국 내 운항이 무기한 중단되는 철퇴를 맞았다. 일본 전일본공수(ANA)와 일본항공(JAL)도 역시 보잉 787기에 대한 운항중단을 발표했다.
미국 연방항공청은 16일 저녁 보잉 787에 대해 운항중단 명령을 내렸다. 보스턴 공항에서 2대의 보잉 787기가 문제를 일으키고, 일본에서는 화재 알람이 울려 긴급 착륙하는 사고가 잇따라 일어난 탓이다. 연방항공청이 특정 종류의 항공기를 전면 운항중단시킨 것은 1979년 시카고에서 DC-10기가 추락해 271명이 사망한 사고 뒤 34년 만의 일이다. 미국에는 유나이티드에어라인만이 6대의 보잉 787기를 운행하고 있다. 미국, 일본에 이어 칠레 항공사 란(LAN)도 보잉 787 운항을 중단했고 인도 등에서도 운항중단이 이어질 예정이다. 현재 전세계에 운항하는 보잉 787기는 50대다.
보잉 787기 문제의 핵심은 항공기 최초로 도입했다고 자랑해온 리튬이온 배터리다. 보잉 787은 플라스틱판을 내리지 않아도 전기 작용으로 저절로 창이 불투명해진다던지 하는 각종 전기장치를 갖추고 있어 일반 항공기보다 전기가 훨씬 많이 필요하다. 비교적 가볍고 충전량도 많은 리튬이온 배터리를 채택한 이유다. 연방항공청은 리튬이온 배터리에 문제가 생겨 전해질이 누출되고 열손실과 연기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보잉 787은 ‘드림라이너’(꿈의 비행기)로 불리며 항공사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50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는 이 비행기는 경량소재 덕분에 연료효율이 비슷한 크기의 다른 여객기보다 20%나 높아 승객을 더 멀리 나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보잉 쪽은 주문이 3년치나 밀려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비행기가 보잉의 악몽으로 변할 가능성도 있다. 16일 뉴욕증시에서 보잉의 주가는 3.38% 떨어졌는데, 운항중단 상황이 장기화되면 주가가 추가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보잉 787기를 2016년 도입할 예정인 대한항공은 “문제가 되는 기종은 보잉 787-8모델인데, 우리가 도입하기로 한 기종은 보잉787-9 모델이다. 아직 도입에는 3년여의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계획에는 변동이 없다”고 밝혔다.
이형섭 이승준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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