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미국·중남미

“1천만 불법체류자 구제”…미 상원 ‘이민개혁안’ 초당적 합의

등록 2013-01-29 20:21수정 2013-01-29 21:40

민주·공화 중진의원 ‘8인 위원회’
시민권 기회 넓힌 개혁초안 발표
국경감시·출국 확인 강화 등 조건
중남미계 고려…하원도 통과전망
한국 이공계 유학생도 혜택 기대
미국 상원이 28일 초당적으로 포괄적인 이민개혁안에 합의해 약 1100만명의 불법 이민자들을 구제할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29일 별도의 이민 개혁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23만명으로 추산되는 한국인 불법 체류자들도 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상원의 민주·공화 양당 중진 의원들로 구성된 ‘8인 위원회’(Gang of Eight)는 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의 망가진 이민시스템은 불법 이민자들이 그늘 속에서 살게 하는 상황을 초래했다”며, 국경 경비 강화를 전제로 한 시민권 취득 기회 부여 등 다양한 이민법 개혁 초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공화당의 존 매케인, 마르코 루비오, 린지 그레이엄, 제프 플레이크 의원과 민주당의 척 슈머, 로버트 메넨데즈, 딕 더빈, 마이클 베닛 의원이 참여했다. 이들은 불법 체류자들에게 즉각 시민권 취득 기회를 부여하라는 민주당 쪽 주장과 선결 조건으로 국경 감시와 법 시행 강화를 내세운 공화당 쪽 의견을 절충해 합의에 도달했다. 매케인 의원은 “불법 이민자들에게 잔디 깎기나 청소, 심지어 육아까지 맡기면서 이들에게 혜택을 주는 데는 그동안 너무 인색했다”고 말했다.

■ 어떤 내용 담겼나 이번 안은 국경 감시 및 비자 만료자의 출국 확인 시스템 강화 등을 전제조건으로 기존 불법 이민자들에게 시민권 취득 기회를 부여한다는 게 핵심이다. 또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해 미국 내 대학에서 과학·기술·공학·수학을 전공해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사람들이 이민을 신청하면, 쉽게 영주권을 부여할 방침이다. 이공계 분야로 미국에 유학간 한국인 학생들이 특히 이 조항의 혜택을 많이 받을 것으로 보인다. 불법 고용을 막을 효과적인 고용확인제도를 마련하고, 미국의 실업 상황과 연동해 이민 수용 수를 조정한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오바마 행정부는 8인 위원회 제안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공화당 일각에서는 “불법 이민자들에게 사면을 해주는 셈”이라며 반대하고 있으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을 비롯한 지도부는 찬성을 표시해 이민개혁안이 상·하원을 모두 통과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동안 이민개혁법에 반대했던 공화당이 찬성으로 돌아선 것은 지난해 대선에서 중남미계 유권자 10명 중 7명이 오바마 대통령을 찍을 정도로 중남미계의 이반이 돌이킬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이 발표할 이민개혁안은 국경 경비 강화를 전제조건으로 달고 있는 상원 안과 달리, 전제조건 없이 불법 이민자들에게 시민권 신청 기회를 주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 기존 불법체류자 어떻게 되나?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 입국했거나 허가 기한을 넘긴 불법 체류자들은 정부에 등록해 합법적인 임시 이민자 지위를 가질 수 있게 된다. 이들은 신원조사 결과, 심각한 범죄 전력이 있으면 추방되나, 미국 내에서 합법적으로 거주하고 노동도 할 수 있는 임시 지위를 갖는다. 세금과 벌금도 내야 하고, 추가 신원조사와 영어 능력, 세금 납부 등 추가 요건을 갖춰 영주권 취득을 할 수 있다. 다만 이들은 불법 입국 당시 미성년이었거나 미국 내 일손이 부족한 농축산업에서 오래 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합법적으로 입국한 이들보다 후순위로 영주권을 얻는다. 부모의 뜻에 따라 불법으로 이민을 오게 된 자녀들은 시민권 자격 요건이 대폭 완화된다. 불법 농업 노동자들은 미국의 식품안전에 기여하는 바가 커 별도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권을 부여한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양보와 타협으로 통큰 합의 이뤘다

미국 상원은 최근 몇년간 공화·민주 양당이 대립 양상을 보이긴 했지만, 양보와 타협을 통한 합의정신을 오랜 전통으로 갖고 있다.

여기에는 크게 두가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상원은 의원 수가 100명으로 적은 반면 임기는 6년으로 길기 때문에 의원들끼리 비공식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경향이 강하다. 대부분 의원들이 여러 위원회의 간부를 맡고 있는 관계로 원활한 의정활동을 위해선 다른 당 의원들의 협조를 필요로 한다. 이번 ‘8인 위원회’처럼 소속 당이 다르더라도 특정 사안에 뜻이 맞는 의원들끼리 ‘워킹 그룹’을 만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두번째는 독특한 의사결정 제도와 관련이 있다. 상원의원들은 하원의원과 달리 제한 없이 특정 법안에 수정안을 제출할 수 있는데다 의사진행을 방해할 수 있는 권한(필리버스터)을 갖고 있다. 이는 국가 장래에 중요한 결과를 초래하는 법안들에 대해 다양한 견해를 충분히 들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이지만, 어느 한 의원만 반대해도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큰 애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기 전에 양당 간에 합의를 하는 것이 관행이 됐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