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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14 18:24 수정 : 2005.08.14 20:17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여름 휴가지인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 앞에서 천막농성 중인 신디 쉬한(가운데)이 13일 밝은 표정으로 농성 지지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이라크전에서 아들이 전사한 쉬한은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크로퍼드/AFP 연합

부시 목장 ‘천막농성’ 공감·지지 확산 추세
WP 1면톱등 언론 관심…보수 “좌파선동”
부시 ‘명분 인정’↔‘국민 반감’ 사이 곤혹


이라크에서 아들을 잃은 어머니가 미국 반전운동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텍사스 크로퍼드목장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는 신디 쉬한(48·〈한겨레〉 10일치 사람면)이 폭발적 호응을 불러일으키며 반전운동의 새로운 구심점으로 떠올랐다.

쉬한은 지난 6일부터 조지 부시 대통령의 여름 휴가지인 크로퍼드 목장 앞에 천막을 치고,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그의 아들 케이시(사망 당시 24살)는 지난해 이라크 바그다드 부근에서 전사했다.

그의 농성은 부시 재선 이후 주춤한 듯 보이던 미국 반전운동의 새로운 기폭제가 됐다. 쉬한을 따라 현지에서 농성을 벌이는 반전 시위대가 13일(현지시각)엔 350여명으로 불어났다. 〈워싱턴포스트〉는 쉬한 얘기를 이날치 1면 머리기사로 다뤘다. 샌프란시스코에선 지난 12일 쉬한 지지집회가 열렸고, 15일엔 뉴욕에서 지지집회가 열린다.

보수진영 공격도 거세졌다. 13일 크로퍼드목장 앞엔 부시 대통령 지지자 250여명이 모였다. 양쪽 시위대 사이엔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보수진영은 쉬한의 농성을 “좌파의 잘 짜여진 선전공세”라고 비난했다. 쉬한의 투쟁을 전해주는 언론홍보는 워싱턴의 홍보전문회사가 맡고 있다. 쉬한과 블로거들과의 온라인 대화를 주선한 이는 민주당의 유명한 선거전략가 조 트리피였다.

이라크 문제에서 한 개인이 이처럼 엄청난 논란을 몰고온 건 지난해 다큐멘터리 〈화씨 9·11〉을 만든 마이클 무어 감독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무어가 미국 대선 과정에서 정파적 싸움의 첨예한 공방 위에 서 있었다면, 쉬한은 훨씬 더 폭넓은 정서적 공감을 얻고 있다. 〈에이피통신〉은 “평화로운 시위방식과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끝없는 슬픔, 온화한 말투”를 지적하며 “쉬한이 지도자가 별로 없는 반전운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고 평가했다.

〈피츠버그포스트 가제트〉는 사설에서 “일부에선 쉬한을 언론홍보를 잘하는 ‘진보적 선동가’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라크에서 아들을 잃은 어머니는 누구라도 대통령에게 물어볼 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바로 이 점이 조지 부시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하는 부분이다.

쉬한은 부시가 크로퍼드에 머무는 8월 내내 천막농성을 계속할 생각이다. “쉬한의 농성을 부시가 이길 수는 없다”고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평했다. 부시로선 그와의 면담이 반전운동 명분을 인정하는 게 될 수 있다. 반대로 쉬한을 만나지 않으면 국민들의 정서적 반감을 사기 쉽다.


지난 12일엔 부시 대통령이 탄 차가 목장을 나와 쉬한의 천막 앞을 지나친 게 미국 언론들에 크게 보도됐다. 부시는 지난 대선 때 선거운동 자금을 모아준 자금 모집책들과의 바베큐파티에 가는 길이었다. 이때 길 옆의 쉬한의 손엔 “자금 모집책들을 위해선 시간을 내면서 왜 나는 만나주지 않느냐”는 피킷이 들려 있었다. 부시에게 쉬한의 투쟁은 그 어느 정치공세보다 더 아픈 칼날이 되고 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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