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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괴물로 살아야 했던 여자…153년만의 장례식
‘다름’에 대한 폭력은 끝날까

등록 2013-02-14 20:05수정 2013-02-14 22:28

다모증·잇몸 증식증 앓아 고통
쇼무대에서 호기심 대상 전락
20대 요절·주검 전시되다 고향행
그가 사랑했던 남편은 그를 ‘곰 여자’라 불렀다. 짓궂은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몰려온 관객들은 그를 “세계에서 가장 못생긴 여자”라 불렀고, 그 때문에 그의 쇼는 늘 만석을 기록할 수 있었다. 1854년 <뉴욕 타임스>는 다모증을 앓던 멕시코 여성 훌리아 파스트라나(사진)를 소개하는 광고에서 그를 “인류와 오랑우탄 사이의 연결고리”라 묘사했다.

하지만 파스트라나는 좀 다른 외모를 가졌을 뿐이다. 1834년 멕시코 북부의 소도시인 시날로아데레이바에서 태어난 그는 온몸이 털로 뒤덮이는 솜털성 다모증과 입술과 잇몸이 비정상적으로 자라나는 잇몸증식증을 앓고 있었다. 스무살이 되던 1854년 파스트라나의 인생에 큰 변화가 찾아온다. 미국의 공연기획자인 시어도어 렌트의 손에 이끌려 쇼 무대에 서게 된 것이다. 그는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며 춤을 췄다. 이후 렌트와 결혼을 하지만, 결혼생활이 행복했는지는 알 수 없다. 파스트라나의 사연을 다룬 책을 쓴 영국 카디프대학의 류머티즘 학자 얀 본데손은 “파스트라나는 분명 렌트를 사랑했지만, 렌트는 그를 마음대로 부리고 막대한 수입을 얻기 위해 결혼했다”고 말했다.

1859년 파스트라나는 임신했고,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그와 똑같은 질병을 가진 아들을 출산했다. 그러나 아이는 태어난 지 몇시간 만에, 그도 산후증을 이기지 못하고 며칠 만에 숨졌다. 렌트는 숨진 부인과 아이를 장사 지내는 대신 주검을 방부처리해 무대에 올렸다. 크고 작은 우여곡절 끝에 모자의 주검은 노르웨이 오슬로대학으로 보내졌다.

이후 파스트라나의 사연을 다룬 노래, 연극, 책 등이 발표되며 한 많았던 그의 삶이 주목받았다. 그를 고향에 돌려보내자는 운동이 시작됐다. 그리고 12일 153년 만에 귀향한 파스트라나의 영면을 비는 장례식이 치러졌다. 마리오 로페스 발데스 주지사는 “그가 맞닥뜨려야 했던 폭력과 학대, 그리고 그가 이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사진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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