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15 19:38
수정 : 2005.08.15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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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마리화나 지지론자들이 에머리 사건을 풍자한 만평. 자료 출처 www.cannabisculture.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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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화나당 당수 미 법정 세우려 하자
캐나다에서 ‘마리화나의 황태자’로 불리는 마크 에머리(47)가 미국의 수사 공조 요청에 응한 캐나다 검찰에 의해 기소되면서 미국과 캐나다 간의 해묵은 갈등을 표출시키고 있다.
그의 혐의는 인터넷을 통해 마리화나(대마초) 씨앗을 국경 너머 미국에 판매했다는 것이다. 에머리는 미국인들을 상대로 한 인터넷거래에서만 한 해 3백만달러(약 3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에서는 의료 목적의 마리화나 복용과 씨앗의 매매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반면, 미국에서는 의료 목적이라 해도 규제가 매우 엄격하다. 18개월간의 조사 끝에 에머리를 기소한 검찰은 그가 마리화나 씨앗 판매 외에도 각종 마약류를 유통시키고 범죄 조직의 돈세탁에도 연루돼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브리티시 콜럼비아 마리화나당의 당수이기도 한 에머리가 입건된 이후 이 사건은 캐나다 민족주의를 자극하는 사안으로 비화하고 있다. 미 마약단속국(DEA) 요원이 증거 수집을 위해 신분을 속이고 에머리한테서 마리화나 씨앗을 구입해 왔고, 캐나다 당국의 허가 없이 캐나다에서 활동한 것이 불씨가 됐다. 캐나다행동당의 당수 코니 포갈은 “우리 영토로 들어와 우리 국민을 체포하게 도우라고 요구하고, 그를 데려다 미국 법정에 세워 처벌하겠다는 것은 가당찮은 일”이라고 말했다.
에머리의 동료들과 옹호자들은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자신들의 논리를 선전하고 있다. 마리화나 정당은 공식 홈페이지(bcmarijuanaparty.com)에서 “마리화나 입법 문제에 깊이 관여해 온 에머리를 기소한 것은 마리화나 합법화 운동을 무력화하려는 정치적 동기에 의한 음모”라면서 “캐나다의 통치권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현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에머리는 미국 법원으로 송치되는 대신 지난 3일 보석금 5만달러(5천만원)를 내고 풀려났다. 미국 법원에 섰다면 10여년의 징역형에 처해졌을 것이다.
토론토/양선영 통신원
sunyoung.yang@utoronto.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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