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베스 이후 ‘정치지형도’ 전망
차베스가 값싼 석유공급·돈줄 역할
인프라 국유화·빈민구제 등 본받아 ‘후계자’ 마두로 부통령 대선승리땐
협력관계 크게 흔들리지 않겠지만
보수야권 집권땐 상당한 타격 예상 “우리는 모두 차베스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지난 1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병세가 악화됐다는 소식이 나온 뒤 이렇게 일갈했다. 차베스의 건강이 베네수엘라뿐만 아니라 반제국주의, 반자본주의를 믿는 사람들 모두의 문제라고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차베스가 5일(현지시각) 사망함으로써 중남미 좌파벨트는 구심점을 잃었다. 차베스는 그동안 남미 좌파의 맏형 노릇을 자임하며, 값싸게 석유를 공급하면서 돈줄 역할까지 해왔다. 모랄레스뿐만 아니라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 등은 차베스가 존재했기 때문에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석유와 인프라시설의 국유화, 대통령 연임제한 철폐, 저소득층 복지 확대 등 정책도 차베스를 본받았다. 그런 만큼 좌파벨트 국가들은 차베스의 죽음에 충격과 애도를 금치 못하고 있다.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텔레비전 연설을 통해 “차베스는 그 어느 때보다 생생하게 살아있다. 해방을 위해 싸우는 모든 사람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도 모든 일정을 미루고 감정을 추스르고 있다.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은 3일간의 추모 기간을 선포하고 텔레비전 연설을 통해 “친애하는 우고, 당신이 어디에 있든 우리의 헌신은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도 “위대한 남미인이자 브라질의 친구인 차베스의 죽음은 회복할 수 없는 손실”이라며 1분간 묵념하며 고인을 추모했다고 <비비시>(BBC) 등은 전했다. 남미 좌파벨트는 당분간 ‘차베스 없는 남미’라는 엄혹한 상황을 헤쳐 나가야 한다. 차베스의 후계자인 니콜라스 마두로 부통령이 대권을 넘겨받는다면 기존의 협력관계는 크게 흔들리지 않겠지만, 보수 야권으로 권력이 넘어갈 경우 정치·경제적으로 상당한 타격은 불가피하다. 마두로가 뒤를 잇는다고 해도 차베스처럼 파격적인 지원책을 쓸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무엇보다 큰 타격은 남미 좌파의 정신적 지주를 잃었다는 점이다. 남미 좌파벨트의 연합체 격인 ‘미주를 위한 볼리바르 대안’(ALBA)은 차베스 덕분에 굴러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중남미 좌파의 최후’라는 제목의 분석기사에서 쿠바의 지원, 막대한 자금력, 정치적 중량감, 위험을 무릅쓸 의지, 외교에 한눈을 팔고도 나라를 이끌 수 있는 강력한 내부 장악력 등에서 차베스의 뒤를 이을 만한 인물은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남미 좌파벨트는 와해될까? 페루의 정치평론가 알바로 바르가스 요사는 <포린 폴리시>에 누구도 차베스의 자리를 이어받을 수 없기 때문에 극렬좌파들은 몰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영국 런던대 정치학 교수 제프리 웨버의 의견은 다르다. 남미 좌파는 2008년 이후 계속되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저소득층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며 선거에서 연이어 승리했고, 중국의 경제원조라는 돈줄까지 쥐고 있기 때문에 상당 기간 정치적 헤게모니를 쥐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남미 전문 싱크탱크인 남반구위원회(COHA) 연구원 로버트 밸런시아는 양쪽을 절충한 입장을 취한다. 차베스의 베네수엘라를 대체할 만한 국가는 브라질뿐이기 때문에 좌파벨트는 쇠퇴하겠지만 베네수엘라 내에서 차베스 추종자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여전히 강력한 만큼 느슨한 연대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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