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재개표 반드시 필요” 주장
“매우 무례” 미국내서도 비판 커
“매우 무례” 미국내서도 비판 커
14일 치러진 베네수엘라 대통령 선거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집권당 후보에게 패한 엔리케 카프릴레스 야권 후보가 선거 불복을 선언한 가운데, 미국 정부가 카프릴레스의 재개표 요구를 지지하고 나섰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정국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제이 카니 미 백악관 대변인은 15일 정례 브리핑에서 “(베네수엘라 대선) 재개표는 유권자들한테 이번 대선 결과가 합법적이라는 확신을 심어주려면 반드시 필요한 절차”라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는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후계자인 마두로가 불과 1.6% 포인트 차이로 승리한 배경에 집권당의 부정행위가 있으리라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카프릴레스 선거캠프는 집권당이 저지른 3200건 넘는 부정행위 신고가 접수됐다며, 자체 추산 결과 카프릴레스가 30만표 넘게 이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마두로의 승리를 공식 선언한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도 의심한다. 5명의 선관위원 가운데 4명이 마두로의 손을 들어줬는데, 이들 모두가 차베스 지지자들이라는 것이다.
미국 정부의 이런 태도는 미국 안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다. 퇴임 뒤 세계 각국에서 92차례나 선거감시 활동을 벌인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세계 최고’로 꼽을 정도로 베네수엘라의 투·개표 시스템은 잘 정비돼 있다. 터치패드로 투표를 하면 결과(기표용지)가 신용카드 영수증처럼 출력되는데, 이 기표용지를 투표함에 넣는다. 개표는 컴퓨터로 이뤄진다. 투표함에 넣은 기표용지 가운데 무작위로 54%를 뽑아 재검표한다. 전자투표 결과가 투표함의 기표용지와 일치하는지 상대 후보쪽 감시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일일이 확인하기 때문에 통계학적으로 오차가 거의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민간 싱크탱크 경제정책연구센터의 마크 와이스브롯 연구원은 미국 <피비에스>(PBS)에 나와 “백악관 대변인의 발언은 매우 무례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15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도심에서는 당국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앞서 카프릴레스 야권후보는 선관위가 마두로의 대선 승리를 확정짓는 행사를 유예해야 한다며 지지자들에게 전면 재개표를 요구하는 시위에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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