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첫 식민거주지 제임스포트
원주민 포위속 주민 주검 먹어
법의학팀, 소녀 두개골 검사 확인
원주민 포위속 주민 주검 먹어
법의학팀, 소녀 두개골 검사 확인
미국의 첫 유럽 식민 거주지인 제임스포트에서 끔찍한 식인이 벌어진 사실이 확인됐다. 원주민 추장의 딸 포카혼타스와 영국 청년의 사랑 이야기가 전해지는 전설의 장소에서 혹독한 추위와 기아로 동료의 사체를 먹는 참상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의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의 법의학인류학자인 더그 아우슬리 박사는 1일 버지니아 제임스타운에 있는 미국 최초의 영국 이주민 마을(제임스포트)에서 발견된 14살 소녀의 두개골 상처를 분석한 결과, 식인의 흔적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식인 행위는 1607년 건설된 제임스포트의 영국 이주자들이 2년 뒤인 1609~1610년 겨울의 혹독한 추위와 기근에서 살아남으려는 과정에서 자행된 것으로 연구진들은 추측했다.
아우슬리 박사는 이 두개골에 “찍고 자른 상처, 앞이마와 두개골 후면에 찍은 상처, 안쪽을 파내기 위한 머리 왼쪽의 구멍이 있다”며 “이는 뇌를 추출하려는 목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증거는 이 사체가 절단되고 살이 발라졌음을 절대적으로 말하는 것”이라며 “그 명확한 의도는 식용을 위해 살과 두뇌를 떼어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두개골의 주인공인 소녀가 어떻게 죽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사망 직후에 그 상처들이 가해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 소녀의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분석 결과 한때는 영양상태가 좋았으며, 고기 등 부유한 계층의 식사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소녀가 숨진 것으로 추측되는 1609년 겨울에 제임스포트 이주민들은 관계가 악화된 아메리카 원주민들에 포위돼 식량이 바닥난 상태였다. 개와 고양이, 쥐, 뱀까지 잡아먹고, 심지어는 신발의 가죽까지 먹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주검이 식용으로 쓰였는지는 불확실하나, 이 소녀가 유일한 희생자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6개월의 기근과 봉쇄 끝에 1610년 여름 영국에서 구조대가 왔을 때 이주민 300명 중 60명만이 살아남았다.
제임스포트는 현재 보스턴 지역에 정착한 메이플라워호 청교도 이민자들보다 13년 전인 1607년에 존 스미스 선장의 지도로 건설된 첫 식민 거주지이다. 이들은 이 지역의 원주민인 파우하탄족의 도움으로 식량 등을 제공받으며 정착했으나, 파우하탄족의 영역을 많이 잠식해 관계가 나빠졌다. 나중에 파우하탄족 추장의 딸 포카혼타스는 이주민인 토머스 롤프와 결혼한 뒤 영국으로 가서, 미국 식민지 투자를 권유하는 활동을 하다가 사망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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