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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월가 로비에…미 금융개혁 좌초 위기

등록 2013-05-16 20:22수정 2013-05-16 21:50

전직 재무부 관료 등 로비스트로
로펌 동원해 금융당국과 소송전
‘도드-프랭크법’ 결국 핵심 빠져
2008년 금융위기의 주범인 월가를 규제하기 위한 미국의 금융개혁법(도드-프랭크법)이 월가의 로비 공세로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0년 7월 월가의 투기행위를 규제하려는 도드-프랭크법에 서명하며, “역사상 가장 강력한 금융개혁법이 될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이 법안은 월가의 대대적인 로비 공세로 핵심 내용이 대거 빠져 ‘발톱 빠진 호랑이’ 신세가 됐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는 핌코나 뱅가드그룹 등 투자회사들이 파생상품을 계약할 때 ‘최소 5개 은행’과 협상하도록 한 규정을 ‘2개 은행’으로 완화하기로 했다고 <뉴욕타임스>가 15일 보도했다. 700조달러에 이르는 파생상품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제이피모건과 시티그룹 등 5개 대형은행들을 상호 경쟁시켜 이들의 가격 담합에 따른 시장 왜곡을 막으려던 애초 규정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앞서 미 금융당국은 은행간 경쟁을 촉진하려고 ‘공개입찰’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가 월가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최소 5개 은행’으로 축소했다. 그런데도 월가는 최근 3년 동안 금융당국 관계자들과 80차례 이상 만나 전방위적인 로비를 벌여 규제 수준을 더욱 낮추는 데 성공했다.

그동안 금융당국의 규제를 거의 받지 않던 파생상품은 세계 최대 보험업체 에이아이지(AIG)를 파산 위기로 내몰아 182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도록 하는 등 2008년 금융위기의 주범 가운데 하나로 지목됐다. ‘금융개혁을 위한 미국인들’의 대표 마커스 스탠리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이번 조처로 파생상품 시장은 금융위기 이전 상황으로 되돌아갔다”고 비판했다.

월가의 도드-프랭크법에 대한 공격은 집요했다. 이 법의 취지는 예금자보호법의 적용을 받는 은행이 자기자본으로 투기성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1933년에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업무를 분리하려고 제정됐지만, 1990년대 후반에 사실상 폐기된 글래스-스티걸법의 취지를 살리려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월가는 전직 재무부 관료 등을 로비스트로 동원해 공화당과 민주당 내 친월가 성향의 의원들을 움직였다. 파생상품을 비롯해 뮤추얼펀드나 보험 및 신탁회사에 대한 규제를 크게 낮췄다. 아울러 대형 로펌을 동원해 금융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수법으로 금융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

상공회의소가 증권거래위원회(SEC)를 상대로 “새 규정을 도입할 때 비용-편익 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낸 게 대표적이다. 이 소송은 결론이 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월가를 규제하려면 소송을 감수해야 한다”는 인식을 퍼뜨려 금융당국의 개혁 의지를 꺾는다. 월가에 우호적인 의원들을 동원해 금융당국의 예산을 깎기도 했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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