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스 보좌관·파워 유엔대사
평화유지·인권증진 관심 많아
‘미국적 가치’위해 적극개입 선호
‘현실주의’ 케리 등과 긴장 예상 오바마 “정의·인간 존엄 수호…
힘 현명하고 신중하게 사용해야” 미국 대외정책을 둘러싼 각축은 진보와 보수 진영 사이보다는, 현실주의파(리얼리스트)와 이상주의파(아이디얼리스트) 사이에서 벌어져 왔다. 대외정책의 목표는 국익이며 이를 위해서라면 협상과 무력 사용에 구애받지 말아야 한다는 쪽이 현실주의라면, 이상주의는 민주주의 등 미국의 가치 실현이 목표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시절의 네오콘은 극단적인 우파 이상주의파라고 할 수 있다. 반면 1970년대 말 인권외교를 표방한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시절엔 자유주의적 이상주의 외교정책이 득세했다. 2차 대전 이후 미국 대외정책의 주류는 현실주의였으나, 이상주의도 일정한 몫을 해왔다. 상원의원 시절, 홀로 이라크전을 공개적으로 반대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자유주의적 이상주의 외교 성향을 대표하는 이들이 수전 라이스 유엔대사와 사만사 파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위원이다. 이들이 5일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유엔대사로 각각 자리를 옮겼다. 이들의 입성으로 오바마 대통령 2기의 대외정책은 복잡한 방정식을 갖게 됐다. 라이스와 파워가 미국 외교안보 요직에서 보기 드물게 자유주의적 이상주의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거쳐온 길을 보면 이런 성향이 잘 드러난다. 흑인 여성인 라이스는 스탠포드대와 옥스포드대에서 아프리카 등 제3세계의 평화 유지와 분쟁 조정을 연구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 국가안보회의와 국무부 아프리카 담당 차관보를 지내며 르완다 대량학살 등의 문제에 무력을 써서라도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만사 파워는 더 적극적이다. 언론인으로 옛 유고연방 분쟁을 취재한 파워는 대량학살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줄곧 인권 문제에 천착해 왔다. 오바마 상원의원의 참모였던 그는 국가안보회의에서 다자 문제 및 인권 담당 위원으로 일했다. 잔악행위방지위원회 위원장도 맡았다. 여성과 동성애자 권리, 종교 자유, 난민 보호, 인신매매 등 인권 문제를 다루며, 유엔이 이런 문제들에서 더 큰 구실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개혁 작업도 지휘했다. 두 사람은 오바마 1기 시절, 이란 대선 직후 민주화 시위에 미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아랍의 봄’ 때 이집트에서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하야, 리비아에 대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군사 개입을 관철시킨 주역이었다. 이들의 승진으로 오바마 행정부의 대외정책이 자유주의적 개입주의로 급속히 기울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행정부 안팎에서 현실주의파가 여전히 두텁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비아 벵가지 미 대사관 습격 사건에 대한 말실수 탓에 공화당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혀 국무장관 임명이 좌절된 라이스를 오바마 대통령이 안보보좌관으로 다시 불러들여, 앞으로 외교안보팀 안에서 긴장과 각축이 예상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라이스를 안보보좌관에 임명하며 “그가 정의와 인간 존엄의 강력한 수호자임을 모두가 알지만, 그는 또 우리의 힘을 현명하고 신중하게 사용해야만 한다는 것을 유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의 견제로 자신이 원하는 진용을 제대로 짜지 못한, ‘자유주의적 현실주의자’인 존 케리 국무장관과의 줄다리기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발등에 떨어진 불은 시리아 내전이다. <뉴욕타임스> 등 언론들은 라이스와 파워의 성향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행정부가 시리아에 군사적으로 직접 개입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또 북한, 이란 등의 핵 문제에서 협상을 강력히 추진하자는 케리 국무장관의 정책 기조에 대해, 이들이 어떤 대응을 할지 주목된다. 라이스와 파워가 자신의 이상을 현실과 어떻게 조화시킬지는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 업적에 주요한 변수가 됐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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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주의’ 케리 등과 긴장 예상 오바마 “정의·인간 존엄 수호…
힘 현명하고 신중하게 사용해야” 미국 대외정책을 둘러싼 각축은 진보와 보수 진영 사이보다는, 현실주의파(리얼리스트)와 이상주의파(아이디얼리스트) 사이에서 벌어져 왔다. 대외정책의 목표는 국익이며 이를 위해서라면 협상과 무력 사용에 구애받지 말아야 한다는 쪽이 현실주의라면, 이상주의는 민주주의 등 미국의 가치 실현이 목표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시절의 네오콘은 극단적인 우파 이상주의파라고 할 수 있다. 반면 1970년대 말 인권외교를 표방한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시절엔 자유주의적 이상주의 외교정책이 득세했다. 2차 대전 이후 미국 대외정책의 주류는 현실주의였으나, 이상주의도 일정한 몫을 해왔다. 상원의원 시절, 홀로 이라크전을 공개적으로 반대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자유주의적 이상주의 외교 성향을 대표하는 이들이 수전 라이스 유엔대사와 사만사 파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위원이다. 이들이 5일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유엔대사로 각각 자리를 옮겼다. 이들의 입성으로 오바마 대통령 2기의 대외정책은 복잡한 방정식을 갖게 됐다. 라이스와 파워가 미국 외교안보 요직에서 보기 드물게 자유주의적 이상주의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거쳐온 길을 보면 이런 성향이 잘 드러난다. 흑인 여성인 라이스는 스탠포드대와 옥스포드대에서 아프리카 등 제3세계의 평화 유지와 분쟁 조정을 연구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 국가안보회의와 국무부 아프리카 담당 차관보를 지내며 르완다 대량학살 등의 문제에 무력을 써서라도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만사 파워는 더 적극적이다. 언론인으로 옛 유고연방 분쟁을 취재한 파워는 대량학살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줄곧 인권 문제에 천착해 왔다. 오바마 상원의원의 참모였던 그는 국가안보회의에서 다자 문제 및 인권 담당 위원으로 일했다. 잔악행위방지위원회 위원장도 맡았다. 여성과 동성애자 권리, 종교 자유, 난민 보호, 인신매매 등 인권 문제를 다루며, 유엔이 이런 문제들에서 더 큰 구실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개혁 작업도 지휘했다. 두 사람은 오바마 1기 시절, 이란 대선 직후 민주화 시위에 미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아랍의 봄’ 때 이집트에서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하야, 리비아에 대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군사 개입을 관철시킨 주역이었다. 이들의 승진으로 오바마 행정부의 대외정책이 자유주의적 개입주의로 급속히 기울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행정부 안팎에서 현실주의파가 여전히 두텁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비아 벵가지 미 대사관 습격 사건에 대한 말실수 탓에 공화당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혀 국무장관 임명이 좌절된 라이스를 오바마 대통령이 안보보좌관으로 다시 불러들여, 앞으로 외교안보팀 안에서 긴장과 각축이 예상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라이스를 안보보좌관에 임명하며 “그가 정의와 인간 존엄의 강력한 수호자임을 모두가 알지만, 그는 또 우리의 힘을 현명하고 신중하게 사용해야만 한다는 것을 유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의 견제로 자신이 원하는 진용을 제대로 짜지 못한, ‘자유주의적 현실주의자’인 존 케리 국무장관과의 줄다리기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발등에 떨어진 불은 시리아 내전이다. <뉴욕타임스> 등 언론들은 라이스와 파워의 성향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행정부가 시리아에 군사적으로 직접 개입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또 북한, 이란 등의 핵 문제에서 협상을 강력히 추진하자는 케리 국무장관의 정책 기조에 대해, 이들이 어떤 대응을 할지 주목된다. 라이스와 파워가 자신의 이상을 현실과 어떻게 조화시킬지는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 업적에 주요한 변수가 됐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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