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스노든
‘NSA 감청’ 내부고발 스노든
연봉 20만달러 안락한 삶 포기하고
기밀자료 복사해 ‘가디언’에 제공
CIA 방식대로 추적망 피해 ‘거사’ 당국 수사착수에 도망자 신세지만
“두렵지 않다. 내가 선택했으니까” “익명으로 숨을 의도가 전혀 없다. 내가 잘못한 게 없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이 9일 공개한 동영상 속의 남성은 지쳐 보였다. 하지만 미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당사자답지 않게 목소리는 차분했다. 안경 너머로 비치는 눈빛에선 내부고발자 특유의 결연함이 묻어났다.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이중적인 행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내부고발자는 29살의 전직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이었다. 미 국가안보국(NSA)이 전세계에서 인터넷·이메일·전화통화를 감청해온 실태를 고발한 그는 방위산업 컨설팅업체 부즈앨런해밀턴 직원 신분으로 국가안보국 하와이 지사에서 근무해왔다. 지난 6일 홍콩의 한 호텔에서 <가디언> 취재진과 마주 앉은 그는 ‘내부고발’을 결심하기까지의 사연을 털어놨다. 그는 하와이에서 여자친구와 함께 “매우 안락한 삶”을 살고 있었다. 20만달러(약 2억2500만원)의 연봉을 받는, 미래가 보장된 삶이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비밀 감시 시스템을 구축해 시민들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인터넷 자유를 파괴하는 것을 목격한 뒤 안락한 삶을 포기했다.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3주 전 그는 오랫동안 준비해온 ‘거사’에 나섰다. 하와이에 있는 국가안보국 사무실에서 몰래 기밀자료를 복사했다. 병 치료를 핑계 삼아 휴가를 냈다. 여자친구에게도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나중에 수사가 진행되면 여자친구가 곤경에 빠질 수 있어서다. 예상대로 미 정보당국은 언론 보도가 나가자마자 그의 여자친구를 조사했다. 5월20일 그는 홍콩으로 왔다. “홍콩이 미국 정부의 송환 요청을 거절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폭로를 준비하는 과정은 첩보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홍콩의 한 호텔에서 도청을 피하기 위해 베개로 문틈을 막고, 비밀번호가 망원렌즈 카메라 촬영에 촬영되는 것을 막으려고 붉은색 두건으로 머리와 노트북 화면을 가렸다.” 정보기관에서 익힌 노하우를 활용한 것이다. 시종일관 차분하게 인터뷰에 응하던 스노든은 가족들 얘기에 이르자 “그 생각만 하면 밤에 자주 잠에서 깬다”며 목이 메고 말았다. 가족들이 고통을 겪을 게 뻔하지만,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다. 고교를 중퇴한 그는 군에 입대한 뒤 이라크 전쟁 참전을 위한 특수부대 훈련을 받았다. “독재에 신음하는 사람들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생각이 바뀌었다. “아랍인들을 돕는 게 아니라, 죽이는 것만 강조한” 훈련 내용 탓이다. 그는 미 중앙정보국 경비요원으로 취직한 뒤 컴퓨터를 다루는 재능을 인정받아 정보기술(IT) 보안 업무에 배치됐다. 컴퓨터 보안 업무에서 두각을 나타낸 그는 2007년 스위스 제네바 지부에 파견됐다. 그가 ‘빅 브러더’의 속살을 목격하게 된 것은 이 무렵이다. 스위스 은행들에서 비밀계좌 정보를 빼내려고 은행원들을 취하게 만든 뒤 음주운전으로 체포되도록 일을 꾸미는 공작을 목격한 것이다. 스노든은 “이런 일들을 목격하면서 업무에 대해 갖고 있던 환상이 깨졌다”고 말했다. 2008년 11월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되자 이런 악습을 없애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2009년 국가안보국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오바마 행정부의 정보기관이 부시 행정부에서 구축된 감시 시스템을 더욱 발전시킨 것을 보았고 크게 실망했다. 그는 인터넷 환경이 자유롭기로 소문난 아이슬란드로 망명하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미국 법무부는 10일 그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당장 내일부터 끝을 알 수 없는 도망자 생활이 시작될 것이다. 하지만 두렵지 않다. 내가 선택한 일이기 때문이다.” 스노든의 표정은 단호했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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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렵지 않다. 내가 선택했으니까” “익명으로 숨을 의도가 전혀 없다. 내가 잘못한 게 없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이 9일 공개한 동영상 속의 남성은 지쳐 보였다. 하지만 미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당사자답지 않게 목소리는 차분했다. 안경 너머로 비치는 눈빛에선 내부고발자 특유의 결연함이 묻어났다.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이중적인 행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내부고발자는 29살의 전직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이었다. 미 국가안보국(NSA)이 전세계에서 인터넷·이메일·전화통화를 감청해온 실태를 고발한 그는 방위산업 컨설팅업체 부즈앨런해밀턴 직원 신분으로 국가안보국 하와이 지사에서 근무해왔다. 지난 6일 홍콩의 한 호텔에서 <가디언> 취재진과 마주 앉은 그는 ‘내부고발’을 결심하기까지의 사연을 털어놨다. 그는 하와이에서 여자친구와 함께 “매우 안락한 삶”을 살고 있었다. 20만달러(약 2억2500만원)의 연봉을 받는, 미래가 보장된 삶이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비밀 감시 시스템을 구축해 시민들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인터넷 자유를 파괴하는 것을 목격한 뒤 안락한 삶을 포기했다.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3주 전 그는 오랫동안 준비해온 ‘거사’에 나섰다. 하와이에 있는 국가안보국 사무실에서 몰래 기밀자료를 복사했다. 병 치료를 핑계 삼아 휴가를 냈다. 여자친구에게도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나중에 수사가 진행되면 여자친구가 곤경에 빠질 수 있어서다. 예상대로 미 정보당국은 언론 보도가 나가자마자 그의 여자친구를 조사했다. 5월20일 그는 홍콩으로 왔다. “홍콩이 미국 정부의 송환 요청을 거절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폭로를 준비하는 과정은 첩보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홍콩의 한 호텔에서 도청을 피하기 위해 베개로 문틈을 막고, 비밀번호가 망원렌즈 카메라 촬영에 촬영되는 것을 막으려고 붉은색 두건으로 머리와 노트북 화면을 가렸다.” 정보기관에서 익힌 노하우를 활용한 것이다. 시종일관 차분하게 인터뷰에 응하던 스노든은 가족들 얘기에 이르자 “그 생각만 하면 밤에 자주 잠에서 깬다”며 목이 메고 말았다. 가족들이 고통을 겪을 게 뻔하지만,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다. 고교를 중퇴한 그는 군에 입대한 뒤 이라크 전쟁 참전을 위한 특수부대 훈련을 받았다. “독재에 신음하는 사람들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생각이 바뀌었다. “아랍인들을 돕는 게 아니라, 죽이는 것만 강조한” 훈련 내용 탓이다. 그는 미 중앙정보국 경비요원으로 취직한 뒤 컴퓨터를 다루는 재능을 인정받아 정보기술(IT) 보안 업무에 배치됐다. 컴퓨터 보안 업무에서 두각을 나타낸 그는 2007년 스위스 제네바 지부에 파견됐다. 그가 ‘빅 브러더’의 속살을 목격하게 된 것은 이 무렵이다. 스위스 은행들에서 비밀계좌 정보를 빼내려고 은행원들을 취하게 만든 뒤 음주운전으로 체포되도록 일을 꾸미는 공작을 목격한 것이다. 스노든은 “이런 일들을 목격하면서 업무에 대해 갖고 있던 환상이 깨졌다”고 말했다. 2008년 11월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되자 이런 악습을 없애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2009년 국가안보국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오바마 행정부의 정보기관이 부시 행정부에서 구축된 감시 시스템을 더욱 발전시킨 것을 보았고 크게 실망했다. 그는 인터넷 환경이 자유롭기로 소문난 아이슬란드로 망명하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미국 법무부는 10일 그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당장 내일부터 끝을 알 수 없는 도망자 생활이 시작될 것이다. 하지만 두렵지 않다. 내가 선택한 일이기 때문이다.” 스노든의 표정은 단호했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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