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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축구의 나라’에서 “축구 따윈 필요 없어!”

등록 2013-06-21 17:23수정 2013-06-21 19:56

브라질 국민 오늘 100만 시위…들불처럼 확산
‘월드컵 등에 돈 쏟아붓느라 복지 외면해’ 분노
축구를 사랑하는 나라, 브라질에서 뜻밖에 ‘축구’ 가 시민들의 분노를 점화시켰다.

수만명의 세계 축구팬이 몰려오는 국제 축구대회 ‘컨페더레이션스컵’이 열리고 있는 브라질 전역에서, 20일(현지시각) 100만명 이상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브라질 최대 도시 리우데자네이루에선 30여만명이 모였다. 경찰은 최루탄과 고무총탄을 쏘며 제압에 나섰다. 흥분한 시위대는 방송국 차량을 불태웠다.

수도 브라질리아에선 시위대들이 외교부·국회 등에 진입하려고 몰려들었다. 경찰은 방어에 나섰고, 관공서가 모여있는 도심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상파울루에선 11만여명이 시위를 벌였고, 붉은 깃발을 든 좌파 시위대와 정파적 차이를 드러내지 말자는 시민들 사이에 충돌이 있었다. 좌파들은 집권당인 노동자당(PT)의 실정을 비난했다. 시위가 계속 확산되자,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26~28일로 예정된 일본 방문을 취소하고 21일 긴급 내각회의를 소집했다. 이번 시위는 1992년 당시 대통령이던 페르난두 콜로르 지 멜루 탄핵을 요구하며 벌어진 시위 이후 최대 규모다.

애초 시민들을 화나게 한 것은 버스요금 인상이었다. 이달 초 브라질 정부가 버스요금을 3헤알(1562원)에서 3.2헤알(1666원)로 올리자, 시민들은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하지만 경찰이 상파울루에 모인 소규모 시위대를 과잉 진압하자 시위가 들불처럼 번졌다. 시민들의 불만이 무엇인지도 좀더 명확해졌다. 사실 버스요금은 정치에 염증이 난 시민들에게 얹혀진 ‘깃털’에 불과했다. 시민들은 컨페더레이션스컵(6월16~30일), 월드컵(2014년), 올림픽(2016년) 등을 위해 정부가 돈을 펑펑 쓰면서도, 교육과 복지 등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는 인색하다고 비판했다. 컨페더레이션스컵이 열리고 있는 6개 도시의 경기장 주변에선 시위가 연일 벌어졌다. 19일 브라질-멕시코전이 열린 포르탈레자에선 경기장 밖에 시민들이 모여 “우리는 네이마르(브라질 축구 국가대표 선수)보다 교사 한 명이 더 필요하다”라고 적힌 깃발을 들었다. 시민들은 컨페더레이션스컵이 열리는 마지막 날엔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시가행진을 할 계획이다.

<뉴욕타임스>는 20일, 6년 전 브라질이 월드컵 개최국으로 선정됐을 때 환호하던 당시와 현재를 비교하며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분석했다. 당시 브라질 사람들은 “이제야 선진국에 진입했다”며 기뻐했으나 점차 지쳐갔다. 정부는 컨페더레이션스컵·월드컵 준비에 150억달러를 썼다. 대부분의 경기장 건설 비용은 정해진 예산을 초과했다. 각종 사업자의 이권이 걸린 대형프로젝트엔 공무원들의 부패가 만연했다. 집권 노동자당은 ‘룰라 정부’(2003~2010년) 시절 여당과 행정부가 일상적으로 야당을 매수한 사실이 드러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다. 고속 성장하던 브라질 경제는 세계 경제 위기와 함께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러나 경제성장과 함께 높아진 삶의 질에 대한 욕구는 줄어들지 않았다. 브라질에선 지난 10년 동안 4000만명 이상이 중산층으로 진입했고 2000년에서 2011년까지 대학생 숫자는 2배가 됐다. <뉴욕타임스>는 경제발전에 따른 사회적 변화에 힘입어 의식이 바뀐 젊은이들은 양질의 교육과 의료, 좋은 일자리를 원한다고 짚었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시위엔 이제까지 정치에 무관심했던 젊은이들이 대거 참여했다는 특징이 있다”며 “하지만 기존 정치체제를 위협할 수준엔 이르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랍의 봄’보다는 ‘오큐파이 월스트리트’에 가까워 보인다”고 짚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축구 따윈 필요없어’ 브라질 100만 시위 현장 바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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