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확인되지 않은 사안”
대사관 “해명 요구 단계 아냐”
대사관 “해명 요구 단계 아냐”
미국 정보기관의 외국 공관 도·감청 사건에 대해 유럽 국가들과 일본 등 대상국들이 미국에 즉각적인 해명을 요구한 것과 달리 우리 정부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고려한 처신이겠지만, 이번 사건은 미국의 명백한 불법적 행동이라는 점에서 지나치게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외교부는 1일 이 사건과 관련해 말을 아꼈다. 외교부 관계자는 “현재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겠다는 말 이상을 하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디언> 등의 보도만으로는 주미 한국대사관이 어느 시기에 어떤 방식으로 도청됐는지, 그렇게 해서 빠져나간 정보가 무엇인지 불명확하다는 이유에서다. 외교부 북미국 쪽에서는 애초 이보다 수준이 낮은 “이번 문제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는 반응을 내놓으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 당연히 요구해야 할 사실관계 확인 요청도 곤란하다는 것이다. 외교부가 이런 반응을 내놓은 데에는 이 문제를 판단할 윤병세 외교장관 등 주요 관계자들이 모두 브루나이에서 열리고 있는 아세안지역포럼(ARF)에 참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당사자 격인 주미 한국대사관 쪽도 현재로선 미국 쪽에 해명을 요구할 단계가 아니라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가디언> 보도는 아직 확인된 것이 아닌 만큼 공식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의 이런 태도는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경고한 유럽 쪽은 물론이고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일본에 견줘서도 매우 소극적이다.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도 당연히 관심을 갖고 있고 확인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외교 경로를 통해 진위를 요구해 갈 것”이라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동맹국의 대사관을 도청까지 하는 것은 통상적 정보활동의 선을 넘어선 것으로, 정확한 진상 파악과 함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서다.
한편 주미 한국대사관 쪽은 이번 기회에 대사관이 도청을 당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기술과 함께 도청 방지시설도 다시 점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현재 대사관은 외교부 본부와 기밀 내용을 주고받을 때 암호화된 전용회선망을 이용하고 있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민·관·군 합동 사이버 대응팀이 매뉴얼에 따라 잘 대응한 것으로 안다”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길윤형 조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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