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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전설의 백악관 여기자’ 헬렌 토마스 별세

등록 2013-07-21 17:06수정 2013-07-21 17:34

향년 92살…케네디부터 오바마까지 50년간 백악관 출입
닉슨·부시 등을 꼼짝 못하게 한 ‘돌직구 질문’으로 유명
“그동안 정부가 밝힌 (이라크) 전쟁의 원인은 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도대체 당신이 전쟁을 일으킨 진짜 이유가 뭔가?”

노구의 여기자가 던진 ‘돌직구’ 같은 질문에 조지 부시(아들) 전 미국 대통령은 횡설수설했다. “오랜 기자 생활을 한 당신의 질문을 존중한다. 하지만… 난… 전쟁을 원하진 않았다.”

2006년 3월21일 미 백악관 브리핑실에서 세계로 타전된 이 기자회견은 이라크 전쟁의 허구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장면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날 부시 전 대통령을 꼼짝 못하게 만든 ‘백악관 기자실의 전설’ 헬렌 토마스 전 유피아이(UPI) 통신 기자가 20일 92살의 나이로 별세했다.

그는 50여년간 백악관에 출입하며 존 에프 케네디부터 버락 오바마까지 10명의 미국 대통령들을 취재했다. 그는 특히 백악관 브리핑실의 맨 앞줄에 앉아 공격적인 질문으로 대통령들을 괴롭혔다. 1974년 2월 새해 기자회견 때 리처드 닉슨 대통령한테서 가장 먼저 질문 기회를 얻고는 워터게이트 사건의 연루 여부를 물어 닉슨 대통령을 곤경에 빠트렸다. 로널드 레이건과 아버지 부시한테는 각각 이란과 이라크 정책의 이중성을 따져 물었고,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는 당시 그를 탄핵 위기로 내몬 ‘르윈스키 사건’을 질문해 한동안 클린턴 대통령이 말문을 열지 못하게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2월 취임 뒤 첫 기자회견에서 토마스에게 질문 기회를 주며 “내가 진짜 취임하는 순간이네요”라고 말하며 그를 예우했다.

레바논계 이민 2세인 토마스는 워싱턴에서 활동하는 기자들이 대부분 남성이던 1960년대 초부터 백악관 출입기자로 활동하며 첫 여성 백악관 기자단 간사를 지내는 등 미 언론계의 ‘여성의 벽’을 깼다. 한때 백악관 브리핑실에서 열린 대통령 기자회견은 “땡큐, 미스터 프레지던트”라는 토마스의 말로 마무리되는 게 관례였다.

2000년 <유피아이>를 떠나 <허스트>로 옮긴 그는 2010년 6월 백악관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팔레스타인 문제와 관련해 “유대인들은 팔레스타인에서 후딱 떠나서 독일이나 폴란드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 사실이 공개돼 미국 유대계 사회에서 거센 비난이 일자 백악관을 떠났다. 그는 2006년 <뉴욕타임스> 인터뷰에 자신의 공격적인 질문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무례한 질문이라는 건 이 세상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사진 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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