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자 칼 아이칸
애플 지분 산뒤 경영방침 변화 요구
보유현금 풀어 주가 올리려는 의도
“지분 1% 안돼 효과 못볼 것” 분석도
보유현금 풀어 주가 올리려는 의도
“지분 1% 안돼 효과 못볼 것” 분석도
‘기업사냥꾼’으로 이름난 헤지펀드 운영자 칼 아이칸(77·사진)이 애플의 경영권 흔들기에 나섰다.
아이칸은 13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애플의 지분을 ‘상당량’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뒤, 애플이 앞으로 3년에 걸쳐 실시하기로 한 주식환매(buyback)의 규모를 늘려 당장 실시하라고 요구했다고 <뉴욕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그는 트위터에 “오늘 팀 쿡(애플 최고경영자)을 만나 애플이 주주들의 주식을 더 많이 사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좋은 만남이었고, 조만간 또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초 애플의 일부 주주들은 회사가 쌓아둔 1450억달러(약 162조원)의 현금을 겨냥해 주식 배당을 늘리라고 요구했으나, 애플은 이를 거절했다. 그 대신 애플 경영진은 주식을 주당 525달러에 사들이는 주식환매 계획을 발표했다. 주식환매를 하면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이 줄어 주가가 올라가고 주식 판매 수익도 거둘 수 있어 주주들에게 유리하다. 애플도 170억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제로 금리’에 가까운 저금리로 발행해, 주식환매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했다. 애플은 현금을 그대로 보유하게 돼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효과를 거뒀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 시절부터 회사에 현금이 많이 쌓이더라도 주주들의 배당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현금은 새 제품을 개발할 연구개발 비용으로 써야 한다는 게 그 이유였다.
하지만 아이칸의 등장으로 애플의 이런 경영 방침이 위협을 받을지 모른다고 현지 언론들이 분석했다. 아이칸은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애플은 저평가된 회사다. 당장 영업이익이 나지 않아도 주가가 625달러까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애플이 자회사 분할 등 주가를 올리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는 비난인 셈이다.
아이칸은 그 동안 저평가된 기업의 주식을 사들인 뒤 주가를 올리려고 경영진에 회사 분할과 구조조정 등을 압박해 주가가 오르면 차익을 챙기거나, 아예 경영권을 빼앗아 회사를 쪼개 매각하는 등 기업사냥꾼으로 악명을 떨쳤다. 한국에서도 2005∼2006년 케이티엔지(한국담배인삼공사)를 상대로 경영권 분쟁을 벌인 바 있다. 2005년 하반기부터 케이티엔지의 주식을 사들인 아이칸은 케이티엔지 지분의 7.3%를 매집한 뒤 경영진에 담배와 인삼 사업의 분리 등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자, 이듬해 2월 공개매수를 선언했다. 아이칸의 공개매수 소식에 주가가 오르자 주식을 대거 팔아 1500억원의 차익을 남기고 철수한 바 있다.
하지만 아이칸의 ‘애플 흔들기’가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아이칸의 애플 지분이 1%에 약간 못 미친다고 전했다. 이는 애플 경영진에 우호적인 대주주의 지분보다 현저하게 적기 때문에 애플의 경영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사진 로이터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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