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시리아 공격은 북에 잘못된 신호 줄 것”

박한식 조지아대 교수

평화학자 박한식 조지아대 교수
“북, 공격 피하려 핵개발 속도낼것”
“북도 화학무기 포기 선언 통해
북-미 관계 개선 계기 만들어야”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최근 시리아에 대한 군사개입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에 면죄부를 줄 경우 북한과 이란에도 잘못된 신호를 보내게 되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선 안된다’는 주장을 펴왔다. 특히 북한이 대량의 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반도 문제 전문가이자 평화학자인 박한식(사진) 미국 조지아대 교수(정치학)로부터 미국의 ‘북한 위협론’이 초래할 부작용과 북한이 취해야 할 태도 등을 들어봤다.

-미국이 시리아 군사개입에 북한을 연관시키는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에서 북한에 대한 여론은 좋지 않다. 시리아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여론이 좋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래서 (시리아가) 북한처럼 좋지 않은 나라라는 것을 부각시키기 위해 북한을 끌고 들어간 것이라고 본다.”

-미국은 과거에 대량파괴무기 확산을 방지한다며 이라크를 공격한 바 있는데 이런 조처가 북한·이란의 핵 야망을 주춤하게 만들었다고 보나?

“거꾸로다.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고 리비아에 군사개입을 했을 때, 이란이나 북한은 오히려 그들이 핵을 가졌으면 미국의 공격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핵무장을 하겠다는 결의를 더 공고하게 한 것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시리아에 대한 미국의 군사개입이 진행된다면 북한은 핵 개발에 더 박차를 가하게 될 것이다.”

-북한이 화학무기 금지조약에 가입하지 않은 점이 미국이 북한을 거론하는 빌미를 주는 것 같다.

“화학무기 금지조약은 1993년에 발효됐는데 189개국이 참여했다. 참여 안 한 곳이 다섯 나라다. 그 가운데 네 나라가 중동과 북아프리카 국가들이고, 나머지 한 나라가 북한이다. 나는 북한이 왜 참여하지 않았는지 해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국제사회에서 이 문제가 계속 논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엔, 미국이 베트남 등 다른 나라와 전쟁을 할 때 화학무기를 사용했기 때문에 북한한테도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북한은 거기서 정당성을 찾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시리아 사태 이후 세계 어느 나라도 화학무기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강력한 국제 규범이 될 것이다. 이런 기회에 북한이 화학무기를 지구상에서 없애야 한다는 것을 천명할 필요가 있다. 이는 북-미 관계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국면 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얘기인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미국과 맞서기 위해 화학무기를 축적하고 있는데, 안보가 보장된다면 이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그러면 국가 위상도 높이고 북한을 보는 여론도 우호적으로 이끌 수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간다면 오바마의 ‘글로벌 비핵화’ 주장과 관련해서도 북한이 능동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핵을 포기할 용의가 있다고 본다. 핵을 포기해도 핵국가일 가능성은 포기가 안 되니까. 유사시엔 시설과 과학자, 경험이 있으니 다시 만들면 된다. 그래서 관심을 경제로 돌리자는 게 북한 지도체제의 최근 정서인 것 같다.”

워싱턴/박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