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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국인 2000만명 트레일러에 산다

등록 2013-09-25 20:04수정 2013-09-25 22:32

집값 없는 빈곤층에서 시작된
독특한 이동식 주거문화 정착

‘호화 트레일러’ 등 다양해졌어도
거주비율, 여전히 소득수준 비례
트레일러 트래시(trailer trash). ‘쓰레기 같은 백인’ ‘거지 같이 사는 백인’이란 뜻으로 쓰이는 이 말은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동식 주택인 ‘트레일러’가 사회적으로 어떤 함의를 지니는지를 드러낸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23일 미국 1억3250만여세대 가운데 6.4%인 850만여세대가 트레일러 같은 이동식 주택이며, 거주자는 20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미국 주택시장은 파생금융상품과 뒤얽혀 세계 금융위기를 부를 만큼 거품 잔치에 휘말려 있었지만, 2000만명은 이와는 동떨어진 트레일러에서의 삶을 살아온 셈이다.

자동차에 연결하면 이동이 가능한 트레일러 주택은 애초 캠핑이나 직업 문제로 자주 옮겨다녀야 하는 이들을 위해 개발됐다. 하지만 1930년대 대공황기를 거치며 주택 구입 비용이나 집세를 감당하기 어려운 빈곤층이 손쉽게 선택하는 주거 형태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이후 1940년대와 1950년대에는 도시 외곽에 트레일러 주택들이 모여 트레일러촌을 이룰 정도로 일반화했고, 크기와 설비 수준도 다양하게 발전해 빈곤층에만 한정되지 않는 미국적 주거문화로 정착하게 된다. 예컨대 캘리포니아 말리브 해변에는 배우 파멜라 앤더슨 같은 유명인들이 거주하고, 대리석 등 화려한 건축 자재를 이용한 250만달러(약 27억원)짜리 트레일러들이 모여 있는 지역이 형성돼 있을 정도다.

하지만 <비비시>는 “미국에선 빈곤층이 트레일러 주택에서 살 가능성이 훨씬 크다”며 “이는 대단히 미국적인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캐나다나 영국에도 트레일러촌이 없지는 않지만 미국처럼 흔하진 않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에서 트레일러 거주 비율이 가장 높은 10개 주 목록과 미국에서 소득이 가장 낮은 10개 주를 비교하면 8곳이 겹친다. 또 트레일러 거주자의 가구소득 중간값은 미국 평균 가구소득의 절반에 불과하다. 트레일러촌을 연구해온 찰스 벡커 듀크대 교수는 “미국인들은 자기 소유의 집을 갖고 싶어하는 성향이 짙지만 빈곤층은 주택값을 감당할 수 없는 현실, 유럽에 견줘 열악한 주거 복지 탓에 공공 임대주택의 문턱이 지나치게 높은 점 등이 트레일러촌을 발달시켰다”고 설명했다.

물론 트레일러촌에 가난의 낙인을 찍는 데 대한 반발도 있다. 좀더 싼값에 좀더 쾌적한 주거환경을 원하는 은퇴자나 중산층이 범죄와 무관하고 안정적인 이동식 주택촌을 꾸린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마틴즈버그 교외의 트레일러촌에 사는 20대 부부인 마이클 브리든은 트레일러 주택을 1만6000달러에 구입해 4명의 가족이 함께 산다. 이들은 트레일러촌 땅주인에게 장소 사용료와 쓰레기 처리, 수도료로 매달 325달러 정도를 낸다. 여기에 추가되는 주거비는 전기료 150달러와 세금 60달러 정도다. 그는 “지난 1년 동안 이곳에서 사는 데 대단히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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