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장렬하게 전사했다”
16일째 이어진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 사태가 마무리됐지만, 이번 사태를 주도한 공화당 보수 강경파는 여전히 싸움을 멈추지 않을 기세다.
공화당 믹 멀베이니(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하원의원은 <에이피>(AP) 통신 인터뷰에서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면서도 “오늘은 매우 지쳤지만, 적어도 우리가 언제든 싸울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은 깨달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 21시간 넘게 ‘오바마케어’ 비난 연설을 이어가며 예산안 통과를 가로막았던 티파티 계열의 테드 크루즈(텍사스주) 상원의원은 이날 표결에 앞서 발언권을 얻어 당내 온건파를 싸잡아 비난했다. 그는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분열해 비난의 화살을 공화당 하원의원들에게 돌리는 것을 지켜보는 미국민의 심정은 참담할 것”이라며 “(상원의 표결처리는) 공화당 하원의원들과 보수파를 겨냥해 공습을 퍼붓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티파티 계열의 공화당 보수 강경파에 대한 미국내 여론은 바닥까지 떨어진 모양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이날 내놓은 조사결과, 티파티에 ‘우호적’이란 답변은 30%에 그쳤다. 이는 지난 6월에 실시한 조사와 견줘 11% 포인트나 떨어진 수치다.
공화당 지지자 내부에서도 티파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티파티 계열 정치인들이 대거 의회에 입성했던 지난 2010년 2월 실시된 조사에선 공화당 지지자 가운데 티파티에 ‘부정적’이란 답변이 10%에 그친 바 있다. 이번 조사에선 부정적이란 응답인 27%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화당 중진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애리조나주)은 <시엔엔>(CNN) 인터뷰에서 “정치인은 국민의 동의를 얻는데 주력해야 한다. 미국민들은 더이상 공화당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워싱턴포스트>는 17일 인터넷판에서 “영화 <브레이브하트>의 주인공 행세를 하며 타협하지 않고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 지난 3년여 하원을 좌지우지해 온 보수 강경파들이 영화 속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장렬하게 전사했다”고 꼬집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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